김정일 송이버섯이 다시 논란거리다.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 추석선물로 그가 자연송이 3톤을 보냈을 때 뒷얘기가 많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도 같은 제목으로 글을 썼다.
"청와대는 맛있게 즐긴 반면 야당 총재는 떨떠름해 했다는 얘기는 우리 사회의 엇갈리는 시각을 잘 나타낸다. 그러나 양쪽 모두 송이처럼 깊은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송이 맛보기가 언감생심인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지 우선 걱정된다. 북한을 돕는 데는 국민 세금으로 마냥 생색내고서, 답례로 받은 송이는 저희끼리 먹는다고 욕하지 않을까…".
■당시 청와대는 송이를 각계인사 몇 백 명에게 나눠 돌렸다. 더러 선물을 거절한 이들은 진정한 화해 전망이 불투명한 마당에 선물에 혹하는 것을 잔망스레 여겼을 것이다.
실향민들에게 주라고 되돌린 이가 없는 게 아쉬웠지만, 화해의 조촐한 결실을 주변 동료들과 함께 음미하려는 이들의 배려 덕분에 귀한 김정일 송이 맛을 봤다.
그러나 이래저래 뒷맛은 착잡했다. "송이 3톤을 온 국민이 맛볼 순 없지만, 이게 다 성원해준 국민 몫이라는 인사치레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역시 돋보인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송이선물을 내팽개칠 만한데도 그저 외면하면서
"정상회담은 내가 먼저 할 뻔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보수세력이 화해의 큰 결실은 먼저 누리려 할 것이라는 생각이 되살아 났다. 사회가 스스로 모순된 대북 인식을 어떻게 가다듬어 나갈지 아득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송이선물 4톤을 소외계층에도 조금씩 나누고, 이런저런 뒷얘기도 소소하게 여기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백화점에서 북한산 송이를 들여와 파는 7년 세월 속의 변화가 사회적 인식도 바꾼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마당에 보수언론이 "김정일 송이에는 북녘 동포의 피땀과 죽음이 서려 있다"고 고발하고 나섰다. 인식 변화를 막으려는 뜻인 듯하나 모순투성이다.
칠보산 송이를 따다 죽은 동포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지만, 깊은 산 자연송이를 캐는 남쪽 동포의 노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모은 송이 1kg을 북한은 고작 쌀 10kg에 수매하고 남쪽 백화점에서는 10만원 정도에 판다는 지적도 어설프다.
달러 환율로 독자를 헷갈리게 했지만 북녘 동포를 착취하는 게 북쪽인지 남쪽인지 스스로 헷갈린 꼴이다. 과거 우리도 '수출 역군'의 피땀에 기댄 사실을 덧붙이면, 반 시장경제 선동기사로 손색이 없겠다. 왜 그런지 잘 읽어보기 바란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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