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영토개념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과 파장을 부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5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으로, 처음에는 우리 군대의 작전 금지선이었다”며 “그 선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헌법 상 한반도 전체가 우리의 영토인데 영토 안에 그어진 줄이 무슨 영토의 개념인가”라는 논리로 해석됐다. 노 대통령은 오찬 참석자들에게 “NLL이 영토라면 남쪽만을 영토로 보느냐”고 반문한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을 포함한 적지 않은 국민이 NLL을 영토선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은 상당한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 발언의 요점은 NLL은 종전협상 당시 유엔이 북측과 합의 없이 그은 것이며, 따라서 남과 북을 가르는 영토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NLL은 UN이 북측과 합의 없이 그은 것이기에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고, 작전 금지선 개념이기에 NLL 수역을 우리 영해로 주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학계에선 “NLL은 1953년 유엔에서 획정할 때 더 북쪽으로 그을 수도 있었으나 남과 북의 군사상황을 고려해 지금 위치로 정해진 것이고, 북측도 처음에는 큰 거부감이 없었던 것으로 사실상의 협의를 거친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북한이 1972년까지 NLL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도 그래서라는 얘기다. 때문에 “대통령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논점은 또 있다. 노 대통령은 19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해 이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 불가침구역은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돼 있다. 즉, 남북간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는 기존의 NLL을 영토선 개념인 해상경계선으로 둔다는 것인데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이 문제에 관한 단순한 입장표명을 넘어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념대결을 촉발할 민감한 이슈를 던져 대선국면에 진보와 보수의 전선을 뚜렷이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경제 우선’ 슬로건에 마냥 끌려가던 범 여권으로선 나름의 반격 계기를 잡을 수도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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