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증은 왜 필요한가.”이런 물음에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현장이 증거의 보고(寶庫)이기”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고 범인으로부터 진술을 받아낸 후 범행 당시의 모습을 재연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게 범행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물적 증거를 비롯해 피해자와 목격자 진술 등 인적 증거를 통해 혐의가 확인되면 실제 범죄 발생과의 일치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현장검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피의자가 ‘오른쪽으로 다섯 걸음 걸어가 옆에 있던 돌을 들고 (피해자를) 내리쳤다’고 진술했는데 현장검증에서 범행 당시의 동선(動線) 등을 다르게 묘사할 경우 진술 자체에 신빙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기소 전 경찰 수사결과가 합당한 지에 대한 최종 점검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어느 경로로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는지, 범행을 사전 계획했는지, 아니면 우발적인 범행인지 등을 현장 행동 등을 통해 알 수 있다”며 현장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찰대 행정학과 이웅혁 교수는 “범행 기록을 입체화하고 검증사진 등을 첨부해 범인의 진술과 증거가 실제 범행 장소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완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표 교수는 “외국에서는 현장검증이 제한적이고도 최소한으로 이뤄지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성범죄의 경우 실제 누구의 집에서 누가 당했는지가 공개되고, 피의자도 공식 재판에 앞서 여론 재판에 올려지게 돼 헌법이 보장한‘무죄추정의 원칙’ 등에서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현장검증 대상과 범위 등에 대한 기준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보듯 꼼꼼하게 재연돼 수사기록에 첨부되는 현장검증 자료는 양형(量刑) 등 재판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된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박유민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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