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이 두드려 맞은 최고경영자(CEO)도 흔치 않을 듯하다. 국회에서, 언론에서, 또 정부기관에서. 거의 '몰매'에 가까웠다.
투자진도가 왜 그렇게 부진하냐, 적자 폭이 왜 그렇게 크냐, 수수료를 이중으로 받는 게 아니냐 등등. 공격적 투자로 세계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은 각국의 '국부 펀드'와는 늘 비교 대상이었다.
11일 모처럼 기자간담회를 열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홍석주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주변의 조급한 시각 탓에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던 듯했다.
그는 "우리보다 앞서 성공한 국부펀드들도 최소한 4~5년은 지나야 성과를 내고 있다. 지금보다 따뜻하고 장기적인 시각과 옥동자의 출산을 기다리는 산모의 인내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으로 말문을 열었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 언제 흑자가 가능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화이트 보드까지 꺼내 들며 장황한 설명을 했다. "KIC가 적자가 나는 것을 마치 투자 손실로 이해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지금까지 투자수익을 연율로 환산하면 7.2% 가량이 되는데, 이는 위탁기관인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에 고스란히 돌려주고 있다"는 얘기였다.
한은 등에서 위탁받은 자산 중 상당수를 다시 외부에 재위탁해 운용함으로써 수수료를 이중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일각의 비판도 먼저 거론하며 적극적으로 해명을 했다.
홍 사장은 "위탁기관이 원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면 수수료는 타당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싱가포르투자청(GIC)와 같은 해외 국부펀드와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 자산운용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나 각종 학교기금을 유치하기 위해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다"며 "한은과 재경부로부터 추가로 더 위탁받는 방안에 대해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답변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200억달러인 위탁 자산 규모를 2010년까지는 500억달러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홍 사장은 KIC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미국의 하버드대학기금을 꼽았다. 1980년 채권 투자가 전부였던 하버드대학기금은 매년 투자 대상을 확대하며 현재는 부동산, 사모펀드, 신흥시장 주식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면서 지난해 총수익률이 연 16.7%에 달했다.
"KIC 역시 내년 1분기부터 10억 달러 가량 주식 직접 투자를 시작하는 등 점차 투자 대상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2005년7월 한은과 재경부로부터 200억달러의 자산을 위탁받아 출범한 KIC는 지난해 11월 첫 투자를 시작으로 현재 채권 86억달러, 주식 36억달러 등 총 123억달러를 투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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