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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3세 승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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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3세 승계 본격화?

입력
2007.10.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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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지분 인수인가, 아니면 삼성가(家) 3세로의 본격적인 지분정리 신호탄인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첫째 딸인 이부진(37) 호텔신라 상무가 삼성석유화학의 최대 주주로 등장했다. 삼성 측은 상속과는 관계가 없는 단순 지분 인수라는 주장이지만, 장기적으론 3세 승계를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0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상무는 이날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전량 매각한 삼성석화 지분 47.41% 중 33.2%를 인수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37.23달러, 인수금액은 약 450억원으로 알려졌다. BP의 잔여지분 14.22%는 삼성물산이 192억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이 상무는 삼성석화의 1대 주주에 올랐고, 삼성물산은 27.27%로 2대 주주가 됐다. 나머지는 제일모직(21.39%), 삼성전자(12.96%), 신세계(5.2%)가 보유하고 있다.

삼성 측은 이 상무의 지분 인수에 대해 일단 "상속 이나 분가(分家) 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영국 BP사가 적자 상태인 삼성석유화학의 보유지분 인수를 요청했지만, 삼성물산 외에 전자나 모직 등은 적자를 이유로 거부했다"며 "삼성석화가 이병철 선대회장이 창업한 기업임을 감안해 이 상무가 오너 가족을 대표해 인수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 장남인 이재용(39) 삼성전자 전무와 둘째 딸인 이서현(34) 제일모직 상무보가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선 "두 사람이 각각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즉, 소속 회사는 삼성석화 지분 인수에 참여하지 않는데, 그 회사 임원이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상무는 석유화학의 경영권 등에는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올해는 이 회장 취임 20주년이고, 내년은 그룹창립 70주년이다. 이 회장 나이도 내년에 65세가 된다.

삼성에버랜드 편법 증여와 관련된 법적 다툼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이긴 하나,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등 후계 문제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현재 이 전무는 삼성전자(0.57%)와 에버랜드(25.1%) 주식만 갖고 있고, 두 딸은 각각 에버랜드 주식 8.35%씩을 보유하고 있는 게 전부다. 한마디로 갈 길이 먼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부진 상무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와 함께 왕성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상무는 호텔사업 외에 면세점 사업을 키우며 유통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고, 이 상무보는 디자인 공부 경험을 살려 여성복 사업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론 CJ, 신세계 등 이 회장 형제들이 그랬던 것처럼 각자 맡고있는 사업영역을 중심으로 분가할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이럴 경우 삼성은 '이병철 선대회장→이건희 회장→이재용 전무'로 자연스럽게 대(代)를 잇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가의 3세 승계는 최근 3세와 4세로 경영권 이전 움직임이 활발한 LG나 GS 등 다른 재벌기업에 비해 진척이 느렸다"며 "이부진 상무의 삼성석화 지분 인수는 3세 분가의 서막을 알리는 시그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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