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벨 화학상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나 오존층 파괴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 원리를 규명한 독일의 게르하르트 에르틀(71)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일 표면 화학의 실험 방법론을 정립하고 촉매 반응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로 독일 막스플랑크재단 산하 프리츠하버연구소의 에르틀 명예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표면 화학이란 금속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대한 연구로, 산업적으로 널리 쓰이는 금속촉매반응과 직결돼 있다. 에르틀 교수는 1974년 백금 표면에서 일산화탄소가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로 바뀌고, 77년 철 표면에서 질소와 수소 분자가 원자로 깨져서 흡착됐다가 암모니아로 합성되는 과정을 관찰했다.
이런 반응은 이미 산업화가 이뤄져 백금촉매로 자동차 배기가스를 정화하고, 암모니아로 화학비료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었다. 에르틀 교수는 진공 환경에서 광전자분광기를 사용, 극도로 어려웠던 금속 표면에서의 원자 관측을 가능케 했다.
에르틀 교수의 제자인 성균관대 화학과 이순보 교수는 “금속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메커니즘을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낸 것이 에르틀 교수의 업적”이라며 “이런 기초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거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 측은 “에르틀 교수가 개척한 표면 화학 덕분에 철이 녹스는 것이나 얼음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인 오존층 파괴를 이해할 수 있고, 암모니아를 이용한 화학비료를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순보 교수는 “에르틀 교수는 서른이 안 돼 정교수가 됐을 정도로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 받았다”며 “일을 미루지 않고 즉각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에르틀 교수는 프리츠하버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베를린자유대학 등 3개 대학의 명예교수이다.
시상식은 12월 10일 열리며, 근래 드문 단독 수상이어서 상금 1,000만크로네(약 150만달러)를 나누지 않고 혼자 받게 된다. 에르틀 교수는 이날 71번째 생일을 맞았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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