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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몰리면 상투라더니 계속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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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몰리면 상투라더니 계속 오르네

입력
2007.10.1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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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45)씨는 최근 종합주가지수(코스피)를 보면 울화가 치민다.

지난 7월께 전도연과 송강호가 출연한 하나대투증권 광고를 본 뒤 ‘연예인이 증권사 광고에 등장하면 주가가 꼭지점’이라는 증시 속설이 문득 생각나 투자를 미뤘는데,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속설은 2000년초와 2002년4월께 연예인들이 대거 증권사 CF에 등장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생겨났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충격으로 주가가 1,600까지 미끄러질 때만 해도 속설이 맞는 듯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괜히 속설만 믿다가 손가락만 빠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귀띔했다.

증시처럼 격언과 속설이 많은 곳이 없다. 수십년 동안 증시와 동고동락을 함께 한 투자자들의 직관이 축적된 산물인 만큼, 객관적 투자 지표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 증시가 2,000포인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속설들이 빗나가기 시작했고, 시장은 이제 새로운 투자격언을 요구하고 있다.

■ 약발 떨어지는 증시 속설들

‘투자설명회에 아줌마 10명이 나타나면 주가가 상투’라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1980년대말과 1999년 IT버블 당시, ‘아줌마 부대’가 객장에 나타나면서 증시는 폭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투자설명회마다 주부들로 북적였지만, 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중이다. H증권사 관계자는 “5월께 투자설명회장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주부들의 수를 헤아려 보곤 깜짝 놀라 ‘혹시 주가가 정점 아닌가’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그 이후에도 주가가 오르는 걸 보면 이젠 이 속설을 폐기처분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달 새 주식 재테크 책이 5권 이상 나오면 증시가 과열’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이 역시 이젠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 YES24에 따르면 주식투자서적이 한 달에 5권 이상 발간된 때는 지난해 중순부터.

올 6월에는 <대한민국 1%가 된 주식 부자들> 를 비롯, 무려 10권의 책이 발간됐다. 권수만 따진다면 증시는 이미 지난해 중반부터 뜨거워질 만큼 뜨거워졌던 셈이지만, 증시는 지금도 순항중이다.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속설도 맞지 않기는 매 한가지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의 산업구조여서 환율하락은 곧바로 많은 기업들의 실적악화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젠 원ㆍ달러 환율에도 불구,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 증시 속설 왜 안 맞나

물론 천년, 만년을 가는 속설은 없겠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빗나가기 시작한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리 증시의 체질ㆍ환경변화를 근본원인으로 꼽고 있다.

일단 ‘환율 하락=주가 하락’ 공식이 깨진 것은 우리 산업구조가 ‘박리다매형’에서 ‘고부가가치형’으로 바뀌고 있어서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수출선 다변화와 해외 공장 신설 러시, 다양한 환헤지 기법등장 등도 속설을 깨뜨린 요인으로 꼽혔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LG전자의 경우 해외공장에서 매출의 72%를 생산할 정도”라며 “수출선이 미국 중심에서 중국과 유럽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결제수단이 달러 일색에서 다양해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아줌마’ 속설이 깨진 것도 요즘 주부들의 재테크 능력을 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펀드시대가 도래하면서 증시의 우먼파워는 이미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연예인과 관련된 격언도 연예인 CF가 과거에는 개인들이 주식투자를 하게 끔 유도하는 자극제였다면, 이제는 회사의 중장기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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