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보수적 가톨릭 국가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두 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제의 두 여성 정치인은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4) 집권 승리당 대통령 후보와 브라질의 딜마 로우세피(50) 정무장관. 남미 역사상 여성 대통령은 197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의 이사벨 페론과 지난해 당선된 칠레의 미첼 바첼렛 대통령 두 사람 뿐이다.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데스 후보는 28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직 상원의원이기도 한 페르난데스 후보는 최근 여론 조사에서 45.7%를 기록해 14.6%로 2위를 달리는 엘리사 카리오 전 연방 하원의원을 큰 격차로 벌려 놓은 상태다.
아르헨티나 선거법에 따르면 어느 대선 후보가 45% 이상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득표하고 2위와 10% 포인트 이상 차이를 낼 경우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하게 돼 있다.
페르난데스 후보는 남편인 네스트로 키르치네르 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있다는 점에서 ‘남미의 힐러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상원의원을 세 차례 지내면서 쌓은 선거 경험을 십분 활용해 2003년 대선 당시 남편의 선거 캠패인을 주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여기에 보답이라도 하듯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는 등 노골적으로 부인의 대선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후보는 타고난 대중 선동 능력으로 저소득층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얻는 등 독자적인 정치 지도자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아르헨티나 명문 라 플라타대 법학과를 실제로는 졸업하지 않았다는 학력 위조 의혹도 그녀의 인기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의 로우세피 정무장관은 최근 룰라 실바 현 대통령이 개헌을 통한 3선 연임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2010년 대선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로우세피 장관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룰라 정부의 경제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무장관은 우리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실세다.
만약 경제 실적이 가시적 성과를 낸다면 어렵지 않게 집권 노동자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로우세피 장관은 2005년 이후 잇따른 비리 스캔들로 각료와 대통령 측근들이 줄줄이 사퇴했지만 의혹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강점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깨끗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확보하고 그간 자신을 따라 다니던 ‘극단적 좌파 정치인’의 이미지도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로우세피 정무장관은 1970년대 군사 독재 정권 시절 룰라 대통령과 함께 무장 투쟁을 하다가 투옥돼 고문을 당한 경력을 갖고 있다. 로우세피 장관은 대선 출마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정치적 야망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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