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덕수 총리가 지명됐을 때 관가에서는 “전윤철 감사원장의 관운(官運)도 여기서 다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원장은 고건 전 총리의 퇴임 이후부터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다가 3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그의 나이(68세)를 고려할 때 감사원장 임기가 끝난 후 그가 더 이상 관직에 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 원장은 감사원장에 연임됨으로써 정년(70세)까지 최장 1년 7개월의 임기를 보장 받았다. 이로써 전 원장은 차관급 이상 정무직을 4개 정부에 걸쳐 7차례나 지내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 가운데 부총리ㆍ장관 직위만 5차례다. 이쯤 되면 ‘직업이 장관’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고건 전 총리(5차례) 보다도 정무직 경험이 많다.
전 원장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수산청장에 임명된 후 국민의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장(97년), 기획예산처 장관(2000년), 대통령 비서실장(2002년), 경제부총리(2002년) 등을 지냈다. 이후 참여정부 들어 잠시 공직을 떠나 있었으나, 2003년 감사원장에 임명됨으로써 관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전 원장은 감사원장으로 재임하며 ‘핏대’라는 별명에 걸맞게 각 부처의 정책과 회계를 꿰뚫어 보면서, 문제점에 대한 근원적 개선책을 제시하는 ‘시스템 감사’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 원장은 문민정부 말기 해양수산부 차관, 농림부 차관 등으로 내정됐다가 막판에 고배를 마시는 등 공직 생활의 위기도 있었다. 전 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때를 회상하며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준비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원칙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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