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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추석에 떠올린 스리랑카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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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추석에 떠올린 스리랑카 명절

입력
2007.10.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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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의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 지났다. 사람들이 귀성하느라 고속도로가 막히는 것이 실시간으로 계속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며, 나도 고향에 있는 가족이 매우 그리워졌다.

스리랑카의 명절은 1년에 한 번뿐인데 4월 12일부터 14일까지가 명절기간이다. 명절이 되면 회사는 약 2주, 학교는 한 달을 쉬게 되는데 도시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가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보낸다.

● 1년 한번뿐인 4월의 명절

스리랑카의 4월은 1년 중 가장 날씨가 좋고 또 식물에 새잎이 돋는 시기이기도 하며, 추수를 마친 후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이다. 그 때문에 4월을 명절로 정하여 휴식을 취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도를 하며, 그 동안 소원했던 친지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친목을 다지는 것이다.

4월 12일에는 새벽에 일찍 새 옷을 입고 절에 가서 기도를 한다. 기도를 마친 후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침을 먹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어른들께 '블랏'이라는 나뭇잎을 드리며 절을 하고 세뱃돈을 받는데, 각 집에서는 그 집안에서 만든 과자나 음식을 먹고 명절만은 특별히 술도 마실 수 있다.

그리고 전에 어떠한 이유로든 다툼이 있었던 사람들은 블랏을 들고 찾아가 서로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한다. 블랏을 주는 의미는 서운한 일이나 좋지 않은 감정을 모두 잊고 새 출발을 하자는 것이다.

4월 12일 전에 연휴 동안 먹을 모든 음식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기 때문에 각 가정은 매우 바쁘며, 13일 밤부터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기 위해 가스를 켜는 것이 관습으로 금지되어 있다.

14일은 좋은 시간에 맞추어 모든 사람이 동시에 가스렌지에 불을 켜는데(행운을 기원) 해마다 시간이 달라져 방송에서는 그 시간을 중계하며 타종을 한다. 아마 12월 31일 한국의 보신각 타종과 비슷한 광경일 것이다.

그 날은 밥을 먹는 시간도 정해져 있고(건강 기원), 또 학생이 공부를 시작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으며(학업성취 기원), 집에서 문 밖으로 나가는 시간과 방향이 정해져 있어, 그 시간이 되면 모든 사람이 대문을 열고 문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거리에 사람이 아주 많다.

이런 행동은 명절을 맞이하여 또 하나의 시작을 경건히 받아들이는 의식으로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자는데 의미가 있다. 스리랑카의 명절은 새 출발과 추수한 후 조상에게 감사하는 의미가 함께 있으니, 한국의 설과 추석을 같이 쇠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설과 추석 함께 쇠는 것 같아

한국의 추석은 음식이 매우 다양하고 화려하다. 스리랑카의 명절음식은 아주 간단하여 코코넛즙을 넣고 지은 밥과 바나나, 케이크와 쌀로 만든 과자가 전부이다. 한국은 송편을 빚고 토란국을 끓이며 여러 종류의 전과 색색의 나물 등 차례 음식을 만들며 각종 과일로 상을 차리고 조상께 차례를 지낸다.

짧은 연휴에도 도로에서 몇 시간씩 고생을 하며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아가고, 친척들이 모여 한복을 입고 민속놀이도 하며 텔레비전에서도 추석특집 방송을 해서 명절을 만끽하는 것을 보면 참 흥겹고 들떠 보인다.

요즘은 고향을 찾지 않고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자녀들이 부모를 찾아 고향을 가는 것이 아니라 고향의 부모님이 도시로 역귀성하는 가정도 있다고 하는데 전통적 사고와 편안함 속에서 갈등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은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 너무 편안함만 좇지 말고 자랑스런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라훌라 홍원사 스님 스리랑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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