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기업도시 개발 관련 정보를 미리 알아내 대규모로 부동산 투기를 한 고위 공무원과 대학 교수, 변호사, 의사, 주부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허위로 서류를 꾸며 농지를 불법 취득한 혐의(농지법 위반 등)로 경제부처 부이사관 A(48)씨와 서울 S구청 사무관 B(58)씨 등 10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모(42ㆍ여)씨 등 2명을 지명수배 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5년 2~4월 기업도시 예정지인 충북 충주시의 논밭 7,000여㎡(2,300여평)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농사를 지을 생각도 없으면서 부인과 함께 "벼를 심겠다"며 '농업경영계획서'를 만들어 읍면사무소에 제출했고 '농지취득자격증명서'도 허위로 발급 받았다.
나머지 사람들도 A씨처럼 '농업경영계획서''농지취득자격증명원'을 허위 작성해 충주시 주덕읍, 가금면, 이류면 일대 농지 21만2,572㎡(6만4,400여평)를 불법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2005년 4월은 충주시가 기업도시 개발을 추진하면서 3개 읍면을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한 시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영계획서를 내도 해당 지자체가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리고 땅을 샀다"며 "조금만 늦었어도 땅을 사기 어려웠을 텐데 시점이 절묘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평당 평균 28만원에 매입한 이 일대 땅은 4배 이상 뛰어 현재 120만~13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A씨는 같은 해 6월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은 채 경기 용인시의 논 2,500㎡(700여 평)를 15억원에 사고서도 구청에는 석 달이 지난 9월에야 토지거래허가신청서를 냈다. 세금(취득세)을 적게 내려고 매매가격도 3억5,000만원으로 낮춰 써냈다.
더욱이 거래 허가를 쉽게 받아내려고 농지에 상업시설(근린생활시설)을 짓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허가를 받아 놓고는 손도 대지 않아 해당 구청이 5월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일대는 대형 병원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2년 전 평당 300만원 하던 땅값이 450만원으로 껑충 올랐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들은 부인하지만 A씨 등 공무원 10여 명은 기업도시가 들어설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듣고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땅을 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부, 교사 등 일반인들도 '레저타운이 들어서고 땅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기획부동산 업자들 말을 믿고 '한 방'을 노리고 땅을 샀다"며 "기업도시 개발이 결국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부동산 투기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투기의혹에 대해"공무원 직무상 접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은 아니며 자세한 거래 관계나 재산 현황은 아내가 처리해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 기업도시
기업의 산업시설 뿐만 아니라 주택ㆍ교육ㆍ의료 복지기능도 함께 갖춘 자급자족형 복합도시다. 충주시를 비롯, 전남 무안, 영암ㆍ해남, 전북 무주, 강원 원주, 충남 태안 등 총 6곳이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개발 중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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