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를 제작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곡을 다듬는 ‘믹싱 엔지니어’ 가운데 국내 최고로 손꼽히던 한 대중음악인이 음반업계 불황과 사업실패 등으로 회사 돈을 횡령했다 실형을 선고받았다.
중고교 시절부터 음악에 심취해 있던 김모(49)씨는 대학 입학 후 유명 그룹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으며, 1978년에는 한 가요제에도 참가해 수상하기도 했다.
김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유학을 떠나 50대 1의 경쟁을 뚫고 당시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뉴욕주립대에 합격,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뉴욕에서 음향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마돈나, 엘튼 존 등 세계적인 가수의 음반제작에 참여했다. 이승철 김종서 조성모 등 국내 최고 가수들의 음반제작에도 관여하면서 주가를 한껏 높이기도 했다.
2000년 귀국한 김씨는 아시아 최초로 인터넷 녹음 스튜디오 시스템을 갖춘 녹음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곧바로 음반업계에 불황이 닥치면서 위기를 맞았다.
김씨는 1억6,000만원의 사무실 임차보증금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9,000만원을 빌려 재기를 노렸지만 사정은 더욱 악화했다. 건강마저 나빠진 김씨는 만성신부전증으로 1주일에 2번 혈액투석을 받아야 했고 설상가상으로 이혼까지 당해 홀로 세 아이를 키워야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이동근 판사는 최근 1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딱한 사정이 있지만 피해금액이 크고 변제 능력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8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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