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공원> 에서 보면 2억년 된 모기 미이라의 주둥이에서 공룡을 부활시키고 있다. 1974년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360만년 전의 인류 '루시'는 말라리아로 사망했다는 게 일반적 결론이다. 모기의 조상이 공룡의 피를 빨아먹었다는 것이나 인류의 조상이 말라리아로 고생했음은 과학적 근거가 명백하다. 쥬라기>
하지만 말라리아나 뇌염 환자의 피를 우연히 빨아먹게 된, 바로 그 모기에게 수 시간(바이러스가 모기 주둥이 속에서 살 수 있는 기간) 내에 물렸을 경우, 면역력이 없는 사람에 한해 감염될 수 있으니 병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스트레스만 일으킨다.
■모기의 진정한 공포는 가려움증이다. "왜~앵"하는 소리만 들어도 이미 팔다리가 가려울 정도다. 모기가 사람의 피를 양껏 빠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분. 잠들어 있을 때가 모기로선 최적의 식사 시간이다. 주사바늘 같은 주둥이를 피부에 꽂는 순간 지방분을 녹이고 피의 응고를 막는 침이 흘러나와 혈관에 구멍을 뚫는다.
그 침의 성분 때문에 피부가 염증을 일으키고 가려움증이 생긴다. '따끔'하는 순간 잠결에 모기를 쫓거나 쳐죽이게(모기도 일단 주둥이를 꽂으면 즉각 빼내지 못한다) 되더라도 그 침의 일부가 피부에 남아 한동안 긁어대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아침 저녁 기온이 부쩍 떨어졌지만 때아닌 가을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철'을 잊은 모기들이 늘어나면서 동네 할인점과 약국에선 살충제 매출이 예년보다 30% 정도 늘었다." 대책이 이어진다. "OO아파트 단지에선 집수정(허드렛물 저장소)에 미꾸라지를 키우기로 했다.
△△마을은 정화조에 방충망을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그 안에 사는 모기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어제 오늘 언론에서 흔하게 접하는 내용이지만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옛날엔 없었던 현상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이맘 때면 어김없이 똑 같은 뉴스가 나오고 있다.
■고온다습한 여름에 기승을 부리는 것들은 대개 암컷이다. 산란을 위해 영양분 많은 동물의 피를 뽑아 먹으려고 행동이 엄청 민첩하다. 그러한 암컷이 산란 이후 사라질 때쯤이면 수컷들이 비실비실 눈에 띄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가을모기다. 이것들은 과즙이나 수액을 먹기 때문에 사람들 주변보다 음식물쓰레기 옆에서 파리떼와 함께 놀았다. 헌데 최근 지구 온난화로 모기들이 암ㆍ수 구별 없이 장수하면서 10월 중순까지 사람의 피를 탐하고 있다. 모기가 좋아하는 이산화탄소가 부쩍 많아졌다는 반증일 수 있는데, 가려움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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