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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다른 청와대 잣대

입력
2007.10.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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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1월23일 임기가 끝나는 정상명 검찰총장의 후임인사를 강행하기로 한 데 대해 “법적 임기가 다해가고 있고, 법에 따라 대통령의 당연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임기제 공직제도는 정치적 외풍에 구애됨 없이 정책 결정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설명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계를 거꾸로 돌려 보면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임기제 고위공직자에 대해 지금의 잣대를 들이댔는지 의문이 든다.

대표적인 것이 참여정부 초기 김각영 전 검찰총장의 낙마 케이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3개월을 남겨둔 2002년 11월 조폭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으로 이명재 검찰총장이 옷을 벗자 후임으로 김 총장을 임명했다.

하지만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참여정부 집권세력은 2003년 2월 첫 조각을 전후해 “정권이 바뀐 이상 잔여임기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것이 도리다”“참여정부 검찰 개혁 코드와 맞지 않는다”며 김 총장을 흔들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결국 정부 출범 후 12일 만인 2003년 3월9일 ‘평검사와의 TV토론회’에 나와 “현 검찰 상층부를 믿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김 총장은 그날 저녁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법에 정해진 임기는 보장한다’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이전 정부에서 임명되고 새 정부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김 총장은 예외였던 셈이다. 물론 청와대측은 우리가 나가라고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조직에서 이 얘기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외는 또 있었다. 2003년 8월까지가 임기였던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첫 조각에선 유임됐지만, 3월 잇따라 사표를 냈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이 “금감위원장과 공정위원장은 개혁성이 중시되는 자리다.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종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남기 위원장은 언론사 부당내부거래 과징금 취소를 결정하고, 이근영 위원장은 현대상선 대북송금사건 관련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경질요인을 안고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형식적으론 임기보장 원칙을 말하면서 뒤로는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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