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투자 이익을 미끼로 상품권을 사도록 유인해 10만여명으로부터 1조원대의 돈을 끌어 모은 다단계 유사수신 업체가 적발됐다. 경찰은 투자자들이 최소 3,000억원을 돌려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일 상품권 구입 형태로 투자를 하면 4개월에 원금의 40% 가까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10만여명으로부터 1조61억원을 유사 수신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상품권 발행업체 J사 대표 Y(41)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투자 수익과 투자자 유치 인센티브 등으로 10억원 이상을 받아 챙긴 고위 판매책 10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Y씨 등은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등에서 외국 투자설명회 등을 열어 “단시간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참석자들을 현혹시킨 뒤, 투자금에 따라 100만~1,000만원은 125~130%, 1,100만원~5,000만원은 130~135%, 5,100만원 이상은 135~140% 액면가의 상품권을 팔았다. 이들은 “4개월 뒤에는 상품권 액면가의 5%를 할인해 돈으로 돌려 받을 수 있고, 언제든지 주유소 등 가맹점에서 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J사는 ‘믿을만한 상품권’으로 보이기 위해 본부장 부장 딜러 등 판매책이 직접 상품권 가맹업체를 만들거나 다른 가게를 끌어들여, 상품권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J사는 상품권이 실제 사용되면 가맹점에 액면가의 2%를 현금으로 주는 방법으로 이들을 지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별도의 수익 기반 없이 신규 투자자의 상품권 매입 투자금으로 지탱되는 전형적인 불법 다단계 구조”라며 “하위 투자자를 중심으로 최소 3,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Y씨는 경찰 조사에서“다른 회사를 인수해 적자를 메울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에 따르면 J사는 2006년 1,300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내고 은행거래도 중단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누구나 쉽게 상품권 발행업이 가능하게 돼 있는 현 법령의 허점을 활용한 것”이라며 “올 7월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품권 이용 다단계 유사 수신행위가 금지된 만큼 비슷한 사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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