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어제 교육 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3개월 여 전에 내놓은 구호 수준의 공약('꿈ㆍ희망ㆍ기쁨을 주는 교육')에 비하면 각 부문에 걸쳐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논쟁적인 부분은 피해 간 데다, 소요 예산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후보는 자율형 사립고 100곳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민족사관고교를 비롯한 현재의 자립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과학고 외에 시험을 통해 학생을 뽑는 학교가 100곳이나 더 생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고교 평준화의 틀은 상당 부분 깨지고 고교 입시가 대거 부활하는 셈이다.
이번 공약의 캐치프레이즈가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이라는 점으로 본다면 고교 입시 확대는 초ㆍ중학생의 과외를 유발할 텐데 어떻게 사교육을 반으로 줄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3단계 대입 자율화'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대학 입시를 자율화한다고 해서 본고사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좀더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세칭 일류 대학을 비롯해 일부 대학은 분명히 본고사와 고교 등급제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그에 대한 분명한 답변이 없는 막연한 자율화는 구호 차원의 애매함일 수 있다.
공교육의 질을 두 배로 높이겠다면서 필요한 재정 소요에 대한 계획이 아예 없는 것도 신뢰를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특히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대학 발전 방안이 빠진 점은 아쉽다.
이 후보의 교육 공약에 대해 이처럼 꼬집고 논란을 하는 이유는 대선 후보의 교육개혁 밑그림이 대한민국의 앞날을 크게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제외한 비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밑그림은커녕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내부 다툼만 계속하는 모습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 후보나 권 후보는 아직 시간이 두어 달 남아 있는 만큼 집중적인 연구와 토론을 거쳐 좀더 구체적이고 실현성 있는 내용으로 다듬어 나아가기를 바란다. 다른 주자들은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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