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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제대로 하는 검찰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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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제대로 하는 검찰이 보고 싶다

입력
2007.10.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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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착점에 다다랐다. 신씨에 대한 첫 고발 이후 두달 반 넘게 검찰은 결코 쉽지 않은 수사를 해왔다. 확실한 물증도 없고, 관련자들의 진술과 정황 밖에 없는 의혹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에 대한 평가는 엄중하다. 법원이 신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을 때 검찰이 반발하자 거의 전 신문이 사설을 통해 검찰의 태도를 질책한 게 한 예다. 어쩌다 국가 최고 사정기관인 검찰이 이런 냉대를 받게 됐을까.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머리 속을 맴돈 의문 중 하나가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느슨한 태도다. 솔직히 권력층의 비리 냄새가 풀풀 나는 사건의 징후를 포착, 수사를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검찰의 본능적 감각이 예전보다 무뎌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신씨 외에 변씨가 무대의 주역으로 등장했을 때, 확 달라진 사건 성격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신속하고도 대대적인 수사는 미룬 채 시간만 허비했다. 움직이지 않은 것인지, 움직이지 못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검찰이 '사건이 된다'싶어 신씨 자택 압수수색에 나서기까지 2주나 걸렸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수사에 대비할 시간을 벌었고 검찰 조직에는 크고 깊은 상처가 났다. 늑장 수사 비판을 의식해 대규모 수사팀을 꾸렸지만 미리 짜맞춘 진술, 다른 관련자의 객관적 진술이나 정황 증거를 들이밀어야 시인하는 태도, 결정적 단서와 물증의 부족 등으로 '권력형 비리'실체를 밝히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검찰로선 분통 터질 노릇이지만 사실 이런 상황은 검찰이 자초한 결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신씨 컴퓨터 이메일 복구로 변씨와 신씨 두 사람이 매우 절친한 사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을 때 검찰이 사건의 무게와 심각성을 직감했다면, 그 때부터 치밀하고도 은밀한 내사에 착수했어야 옳다.

여론이 어떤 비판을 쏟아부어도 아랑곳 없이,'압수수색에서 별 성과가 없었다'고 연막을 쳐서라도 그 길을 갔어야 했다. 그러나 검찰은 본격 수사를 하기도 전에 법무부에 신씨 이메일 복구 결과를 보고했고, 법무부 장관은 이를 즉시 청와대에 알렸다.

진짜 의문은 이 부분에서 나온다. 왜 검찰은 법무부에, 법무부는 청와대에 서둘러 보고했을까. 검찰이 특수수사를 하면서 피내사자 또는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는 사람에게 수사 개시 사실을 미리 알려준 적이 있을까.

검찰은 중요 사건에 관한 보고를 규정한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할 지 모르겠다.이 규칙은 고급 공무원이나 판사 등이 관련된 중요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무조건' 법무부(장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대통령에 대한 보고 규정은 적시돼 있지 않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느 선까지 보고해야 하는지는 개인 소신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 그것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와 관련된 사안을 수사한다면 일정 수준까지 수사를 진행시킨 후에 보고하는게 상식이요 순리일 것이다. 설령 규칙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해도 보고와 동시에 압수수색 등의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검찰의 명백한 잘못이다.

변씨와 신씨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수사는 바로 거기서부터 꼬인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없다면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는 요원할 따름이다. 국민은 상부에 잘 보고하는 검찰보다는 어떤 비리라도 제대로 수사하는 검찰을 보고싶어 한다.

황상진 사회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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