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처음으로 24명에 이르는 무능ㆍ태만 공무원을 대거 퇴출함에 따라 '철밥통 깨기'가 제도적으로 정착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중앙정부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인사혁신'의 모범을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객관적 평가방안 마련과 함께 줄서기 폐해 등의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퇴출은 '공무원=철밥통'이라는 등식을 실제로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무원 사회에도 성과중심의 경쟁문화가 급속하게 확산돼 근무태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반신반의하던 시 직원들도 "중앙정부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처럼 조용하게 넘어갈 줄 알았는데 무더기로 인사조치를 내려 놀랐다"며 "생존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아니냐"고 혀를 내둘렀다.
시가 실시한 '탈락과 재신임 시스템'은 중앙정부와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는 무능ㆍ불성실 공무원으로 뽑힌 102명에 대해 기본적 복무 자세부터 모든 프로그램의 활동성과를 꼼꼼히 체크 했다.
현장업무, 봉사활동, 시설물점검, 개별 발전연구과제 등 4가지 항목을 나눠 주ㆍ월 단위로 쪼갠 후, 개인별 평가자료를 기초로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한 평가위원회도 구성해 면담을 통해 개별심사과정을 거치게 했다. 이에 따라 44명은 직무배제 조치를 당했지만 나머지 58명은 직무능력이 개선돼 현업으로 복귀하게 됐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퇴출대상 공무원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과 분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직원들을 평가하는 부서장에 대한 줄서기가 횡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공무원노조 임승룡 위원장은 "윗사람의 눈밖에 벗어나면 평가 받기도 전에 옷을 벗을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혈연, 학연, 지연 등을 총 동원해 줄을 설 것"이라며 "올 7월부터 도입된 평가제도에 따라 자신의 점수를 매기고 있는 과장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다"고 반발했다.
시는 선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4월부터 구성될 현장시정추진단의 선별 과정에서 상시기록평가결과 뿐만 아니라 감찰결과와 각 부서에서 평상시 요구한 인사조치 내역서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각 실ㆍ국 별로 직원의 3%이내에서 골라내도록 하는 강제할당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 업무복귀를 해도 동료 직원들의 선입견 때문에 제대로 업무수행을 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추진단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가 현업복귀시 동료들의 선입견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답변했다. 시는 추진단 경력을 남기지 않고 다른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섞어서 10월 15일 인사에서 복귀 직원들을 가능하면 원하는 부서에 배치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복귀 직원들의 근무여건도 수시로 점검할 것"이라며 "직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쓰레기줍기나 풀뽑기 등 현장업무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봉사활동과 시설물 조사점검, 발전연구과제의 비중을 높여 운영 프로그램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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