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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판 '대부' 천치리 파란만장 인생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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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판 '대부' 천치리 파란만장 인생 마감

입력
2007.10.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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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최대 범죄조직 죽련방(竹聯幫)의 보스 천치리(陳啓禮)가 객사했다. 천치리는 1996년 가석방 도중 캄보디아로 도주한 뒤 귀국을 시도했으나 4일 홍콩의 병원에서 예순네살의 나이에 췌장암으로 숨졌다.

그는 투병으로 피골이 상접한 상태에서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지 못했다. 시신은 14일 타이베이로 운구될 예정인데 대만 당국은 후계자 자리를 놓고 피비린내 나는 다툼이 벌어질까 긴장하고 있다.

중국 장쑤성 출신으로 장제스(蔣介石) 휘하의 국부군을 따라 부모와 함께 49년 대만으로 간 천은 아홉살의 나이에 범죄 세계에 들어갔다.

쿵더페이가 53년 ‘중화방(中和幫)’을 만든 뒤 군소 조직을 규합하다 살인죄로 투옥되자 중화방 등 여러 조직이 죽련방을 출범시켰는데 그때 천이 핵심으로 참여했다. 천은 또 다른 조직 ‘사해방’이 와해 위기에 처하자 그들의 이권을 빼앗는데 앞장섰으며 이를 계기로 죽련방의 무시 못할 소두목으로 성장했다.

68년 4월 죽련방이 개편될 때는 총당주라는 핵심 요직을 맡았다. 70년에는 돈을 빼돌린 조직원을 살해하기도 했다. 이 일로 2년 뒤 체포, 수감됐으나 바로 석방된 뒤 죽련방을 ‘천하제일방’으로 키우고 대부가 됐다.

그는 ‘장난(江南) 암살’에 개입함으로써 이름을 널리 알렸다.

장난(본명 劉宜良)은 기자 출신으로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의 측근이었으나 변심해 84년 미국에서 장징궈와 그의 부친 장제스의 비리 등을 폭로하는 <장경국전> 을 출간했다. 치부가 공개된 장씨 부자는 분노가 극에 달했으며 대만 정보국은 그를 암살하기로 한 뒤 천 등을 보내 그 해 10월 실행에 옮겼다.

조직원 1만 명을 거느린 천은 정보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건은 도리어 장제스 부자에 대한 반감을 불러왔고 국제사회가 외교문제로 삼자 천 일당은 애국자에서 살인범으로 전락했다. 천은 정보국 간부들과 법정에 섰고 무기징역을 받았다.

91년 가석방됐다가 96년 캄보디아로 탈출한 천은 그곳에서 비즈니스맨으로 행세했으나 무기를 보관하고 있다 들켜 감옥에 들어갔다. 천은 뇌졸중을 일으켜 1년 만에 풀려났으나 췌장암에 걸려 투병에 들어갔다. 치료 덕분에 암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 초 재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천은 이국 땅에서 개과천선했다며 귀국을 허용해 달라고 하소연했으나 대만 당국은 오히려 수사관을 파견해 그를 검거하려 하기도 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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