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말라.”
‘파괴적 혁신이론’으로 유명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의 말이다. 고객만족 경영이 바이블처럼 떠받들어지는 현실에 고객을 무시하라는 그의 말은 상식을 뒤엎는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나 소비자 조사를 제품개발에 반영한다. 그리고 그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소비자 조사에 너무 맹신하거나 고객의 소리를 좇아만 다녀서는 고객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줄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오히려 비슷한 제품이면서도 타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불필요한 스펙 경쟁이나 기능이 너무 많은 제품을 양산하는 경우가 발생된다.
휴대폰 업체들이 카메라 기능을 둘러싸고 과잉 경쟁을 펼쳤던 것이 한 사례다. 휴대폰 업체들은 800만 화소 1,000만 화소 등을 내세우며 경쟁을 펼쳤지만 정작 사람의 눈은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소비자들이 쉽게 눈길을 주는 수치에 너무 집착해 제품을 개발하다가는 결국 비슷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낼 뿐이다. 역설적으로 워크맨이나 아이팟과 같이 혁신적인 제품은 고객을 배신함으로써 탄생했다.
애플은 다른 회사들이 MP3플레이어의 기술적 요인과 기능결합에 초점을 맞출 때 온라인 음악 사이트인 ‘아이튠즈’를 만들어 ‘기계+음악=신(新)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발상의 전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고객의 의식을 뛰어넘어야만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 ‘1억 명의 목소리보다 1명의 신념이 히트상품 만든다’는 말이 있다. 무작정 고객의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되겠지만 고객을 배신할 각오도 필요하지 않을까.
LG CNS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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