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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화장만 고친듯한 판에박힌 연애 '비커밍 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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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화장만 고친듯한 판에박힌 연애 '비커밍 제인'

입력
2007.10.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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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것은 없다. 사랑하던 사람과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지고, 십 수년이 지나 우연히 다시 만나 옛 사랑의 추억과 상처를 말없이 되새기고….

영국 여성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 1796년 남자쪽 집안 반대로 결혼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고, 독신으로 마흔 둘이란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긴 했어도 그 삶이 솔직히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틱한 사건도 별로 없었다.

그녀의 위대함은 그 대단할 것 없는 경험 속에서 누구나, 어느 때나 공감하는 보편적 이야기를 길어올린 데 있다. 소설 <이성과 편견> <오만과 편견> <에마> 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시각과 그것을 대하는 인간들의 심리와 태도, 세태는 지금도 유효하다. 그 보편성에 섬세한 감각, 생생한 인물묘사, 은근한 유머까지 갖췄으니 소설로 읽어도, 영화로 봐도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사소설, 자의식 소설로 유명한 국내 어느 여성작가가 그렇듯 그것이 반복될 때는 치명적이다. 그 얘기가 그 얘기 같고, 이야기와 인물의 섬세함과 생생함도 작가의 ‘화장’한 일기장 같다. <비커밍 제인> (감독 줄리안 제롤드)에게서도 그런 냄새가 난다. 이번에는 제인의 소설이 아닌 제인 자신의 고백이라고는 했지만, 그 고백이야말로 비록 이름은 달리 했지만 이미 소설을 통해, 영화를 통해 읽고 보았기 때문이다.

1996년<센스, 센서빌리티> (감독 리안)의 엘리너(엠마 톰슨)와 그리고 그녀를 잊을 만할 때 나타난 지난해 <오만과 편견> (감독 조 라이트)의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는 여배우 앤 해서웨이의 상큼한 이미지로 ‘화장’을 다시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이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빼앗아버린다.

<비커밍 제인> 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치열한 작가정신은 대중성이 없고, 세태풍자 역시 재탕에 불과하고. 반면 비록 반복이라도 제인은 유명 스타이니 사람들은 그녀의 사생활, 특히 남자와의 (실패한) 사랑에 호기심을 느낄 테니까. 더구나 그녀 자신이 ‘사랑과 결혼’소설의 대가이니 ‘사랑’보다 더 잘 어울리는 테마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젊은 변호사 톰 리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를 내세워 ‘1796년 남자쪽 집안 반대로 결혼이 무산’이란 한 줄에 제인의 말처럼 ‘너무나 많은 형용사’를 동원해 올인한 <비커밍 제인> . 그것이 생생하고 섬세하고 때론 애잔한 제인의 추억일지는 몰라도 영화 제목인 작가 ‘제인 오스틴 되기’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당신은 여성적 성취에 머무르고 있다. 작가 반열에 오르려면 경험이 필수” “소설은 세상의 진짜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는 다분히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대사들이 더욱 공허하다. 11일 개봉.

이대현 문화대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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