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초고층 주상복합 타워팰리스와 삼성동의 현대아이파크 등 국내 대부분의 초고층건물이 대형화재로 1~2시간 내 붕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대통합민주신당 한병도 의원(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4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에 사용되는 40MPa(메가파스칼, 1메가파스칼은·1㎡당 100톤의 하중을 견디는 힘) 이상의 고강도 콘크리트가 화재 때 열에 견디는 내화(耐火) 성능이 급격히 저하돼 심할 경우 1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건교부의‘내화구조의 인정 및 관리기준 고시’는 화재 때 건축물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12층 이상인 경우 기둥과 보 등 구조 부위는 3시간 이상의 내화 성능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3시간은 대형 화재 시 주민들이 건물붕괴를 피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하지만 실험 결과 최근 건축된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에 사용된 고강도 콘크리트의 경우 법적 기준에 훨씬 못 미쳤다. 40층 이상 초고층 건물에 주로 쓰이는 50MPa의 고강도 콘크리트의 경우 1시간 39분 30초만에 파괴됐고, 80MPa의 경우에는 57분만에 휘어져 제구실을 못했다. 특히 섭씨 500도의 열을 가하는 일본식 재하실험(열만 가하고 하중을 부여하지 않은 실험)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50MPa와 80MPa 고강도 콘크리트로 만든 기둥은 각각 38분30초, 34분30초만에 무너졌다. 초고층 아파트 화재 시 고강도 콘크리트가 집중적으로 사용된 고층이 먼저 붕괴돼 대형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고강도 콘크리트가 열에 취약한 이유는 폭열(爆熱) 현상(열에 의해 콘크리트가 터지는 현상) 때문이다. 콘크리트 내화위원회에 따르면 가열 시 일반 콘크리트는 내부 수분이 수증기로 변해 입자사이로 빠져 나와 천천히 떨어지는 반면 고강도 콘크리트는 입자가 촘촘해 수증기가 빠져 나오지 못하다 폭발하듯 터져 나와 한꺼번에 떨어져 나간다. 이때 철근이 열에 그대로 노출돼 녹아 내리고, 구조물이 쉽게 붕괴하는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고강도 콘크리트로 건설된 고층 건물은 40여개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고강도 콘크리트의 내화성능 관리기준에 대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한병도 의원은“현재 인천 송도 인천타워 및 더 샾,부산 제2롯데월드 등에서 고강도 콘크리트가 사용되고 있는데다 서울 상암디지털 미디어시티, 용산 랜드마크빌딩 등의 초고층 건물 건축이 계획 중인 시점에서 내화성능에 대한 확인 및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건교부는 이에대해“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통해‘고강도 콘크리트 내화성능 관리기준(안)’을 마련해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으며 건설업체의 의견을 수렴해 연내 확정 고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준공된 초고층아파트에 대해서는“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와 내화 페인트, 내화보드 부착 등 보강공법을 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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