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유전공학자이자 사업가인 크레이그 벤터(61) 박사가 그예 일을 낼 모양이다. 그는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화학물질로 염색체를 합성했으며 곧 그러한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벤터가 이끄는 'J.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 관계자들은 합성 염색체가 완성되려면 아직 몇 달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지만 조만간 '인공생명체(artificial life)' 내지는 '합성생명체(synthetic life)'가 탄생하는 것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지구 상에 생명체가 나타난 것이 36억 년쯤 됐다니까 36억 년 만에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생명의 탄생 이후 유전자는 교배를 통해 전달되거나 돌연변이를 통해 변형을 거듭해왔다. 최근 들어 인간이 유전공학을 발전시키면서 이 과정에 개입하기는 했지만 발광물고기든 복제양이든 자연에 존재하는 기존 유전자를 다른 생명체에 이식하거나 다른 유전자와 맞바꾸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인공생명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유전공학이라는 말이 우리 귀에 익숙해진 지 불과 몇 십 년도 안 돼서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인공생명체의 이름은 '마이코플라즈마 라보라토리움(Mycoplasma laboratorium)'이다. 실험실(라보라토리움)에서 각종 화학물질로 381개의 유전자를 보유한 염색체를 만든 다음 이 염색체를 인간의 전립선이나 폐에 서식하는 '마이코플라즈마 게니탈리움' 박테리아(전립선염균)에 이식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렇게 되면 원래 박테리아는 형질이 완전히 달라진 상태에서 자기복제를 하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생명체가 되는 것이다. 분자구성이나 생화학적 환경은 기존 박테리아의 것이 남아 있어서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인공적인 요소가 거의 절대적이다.
■인공생명체는 인조 유전자의 내용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먹어치우거나 바이오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박테리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또 말라리아 같은 특정 질병을 물리치는 성분을 추출해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증유의 생물무기 자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양날의 칼과도 같은 존재다.
일단 단세포 생물인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했기에 망정이지 좀더 복잡한 생물체에 적용한다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존재가 튀어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과학의 개가라고 하기에는 어째 영 찝찝하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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