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독극물에 중독된 빅토르 유셴코(53)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일그러진 얼굴을 고치기 위해 무려 24차례나 성형수술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동유럽의 클린턴’이라는 미남 정치인 유셴코는 당시 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다이옥신에 중독돼 건강이 극도로 나빠지고 용모도 크게 훼손됐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인터넷 사이트 신화망(新華網)은 유셴코 대통령이 5일 프랑스 TV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다이옥신에 중독된 뒤 겪은 말 못할 고통을 처음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2005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몸이 너무 쇠약해 팔 한 번 드는데도 온 힘을 다해야 할 정도였으며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비밀리에 수술을 받기 시작해 벌써 24차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유셴코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처음 외부에 밝히는 것이지만, 대통령이 된 뒤 휴가나 여가시간 모두를 수술대에 누워 지내는데 썼다”고 그간의 어려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유셴코 대통령의 얼굴은 수술을 통해 중독 직후보다 한결 나아졌지만 옛 모습과는 아직 차이가 많다. 얼굴 곳곳이 마마자국같이 패어있고 푸른 반점이 남아 있다. 의료진은 다이옥신의 침투 범위가 너무 깊어 원래 얼굴을 되찾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셴코는 대선 1차 투표를 앞둔 2004년 9월 5일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 국장 일행과 키예프 교외의 별장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극심한 복통과 함께 얼굴 피부가 심하게 손상되는 증상을 보였다. 즉각 현지 병원에서 1차 검진을 받았으나 식중독 진단이 나왔고 다시 오스트리아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다이옥신 중독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었다.
결국 여당 측에 의한 조직적인 독살 음모라는 억측이 퍼지면서 그 해 12월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라이벌 빅토르 야누코비치(현 총리)를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결선투표의 득표율이 유셴코가 52%, 야누코비치가 44%로 큰 차이가 없어 독살 기도가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유셴코는 자신에게 독약을 사용한 범인과 배후가 누군지 알고 있다면서도 그 신원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법당국의 수사에 상당한 진전이 있기 때문에 조만간 범인과 배후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건을 조사하는데 있어 러시아가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고 다이옥신을 제조할 수 있는 실험실이 전세계에 3곳 밖에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독살을 사주한 것이 러시아임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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