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조손가정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가족해체에서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한국아동복지학회장)는 “조손가정의 절반은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절대 빈곤을 겪고 있다”며 “이는 가족 부양이라는 의무를 다하려 하지 않는 부모들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손가정의 최대 피해자는 두말 할 것 없이 자녀들이다. 특히 조손가정 자녀들의 학력 수준은 심각할 정도로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현주 김해대 교수는 “고2 학생이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기도 한다”며 “이런 경우 보통 부모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집을 떠나 기초 학력을 다지기가 힘들다” 고 말했다.
자녀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는 조손가정이 낳은 또다른 부작용이다. 이경수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은 “‘우리식 대로 키우겠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을 뿐더러 아무리 애를 써도 세대 차이는 뛰어 넘을 수 없다”며 “게다가 여러 기관에서 와서 똑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다 보니 수치심만 커져 자녀들이 자칫 비뚤어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손가정 자녀에 대한 정서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소장은 “경제적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꾸준한 상담과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조손가정 전담 사회복지사 수를 늘리고, 자원 봉사자 들에게도 정서적 지원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익중 덕성여대 교수는 “학교에 사회복지사를 배치해 아이들이 수시로 상담 받을 수 있게 하고 방과 후 교실과 어린이 집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봉주 교수는 “부모가 살아있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부모에게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자녀의 양육을 포기한 부모에게 친권 유지 의지가 있는지를 물어 양육의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해야 할 것 ”이라고 주문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진실희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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