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에서 뛰다 지난 98년 일본 주니치에 진출한 이상훈은 ‘삼손 리’로 통했다. 당시 갈기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이상훈은 유니폼에 본명 대신 ‘SAMSON LEE’라는 닉네임을 달았다. 전ㆍ현직 일본 프로야구 선수의 기록이 게재돼 있는 사이트 ‘japanesebaseball.com’에는 지금도 이상훈을 ‘삼손 리’로 표기하고 있다.
프로농구 서울 SK가 국내 스포츠 사상 최초로 유니폼에 실명이 아닌 별명을 달기로 했다. 문경은은 ‘람보 슈터’, 방성윤은 ‘Mr. 빅뱅’, 전희철은 ‘에어본’으로 불리게 됐다.
겨울 스포츠의 터줏대감이었던 농구는 최근 들어 프로배구 등의 기세에 눌려 다소 위축된 게 사실이다. 일부에선 ‘프로농구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SK의 발상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97년 창단한 SK는 두 시즌 만인 1999~2000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흥 명문으로 발돋움했다. 이듬해에도 SK는 정규시즌 3위에 오르며 확실히 기반을 잡는 듯했다.
그러나 연고지를 청주에서 서울로 옮긴 2001년부터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1라운드 후 감독이 경질되는 진통까지 겪었다. SK는 최근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시즌 후 SK는 ‘승부사’ 김진 감독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조직력을 추스르는 데 힘을 기울였다. SK는 올해는 6강 플레이오프를 넘어 4강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큰 변화는 없지만 전력도 지난해에 비해 탄탄해졌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힌 포인트가드 김태술이 가세했고, 용병 2명도 국내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가고 있다. 코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SK가 과연 팬과 성적을 두 손에 쥘 수 있을까.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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