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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3통(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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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3통(通)

입력
2007.10.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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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의 새해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1월 2일 오전,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省) 푸저우(福州)항과 샤먼(廈門)항에 각각 도착한 2척의 배 사진이 세계 언론을 장식했다. 대륙에서 가장 인접한 대만 영토 진먼다오(金門島)와 마쭈다오(馬祖島)에서 출발한 대만 여객선이 처음으로 중국 항구에 도착하는 광경이었다. 이날 뱃길은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배해 대만으로 쫓겨온 국민당 정부가 신주처럼 떠받들어온 중국과의 ‘3불(불접촉 불담판 불타협)’ 정책을 폐기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중국은 1979년부터 대만에 교역, 운항, 우편왕래 ‘3통(通商 通航 通郵)’의 전면 시행을 주장해왔다. 흡수통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대만은 봄물처럼 불어나는 교류 압력을 막을 수 없자 대신 연안 지역 간 ‘소3통’을 허용했다. 2005년에는 대만 전세기가 직항로로 중국을 운항하기도 했으나 아직 전면적인 3통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남북 관계에서는 통행, 통신, 통상의 ‘3통’이 중요한 화두였다. 점진적 교류 확대를 위한 대안으로 우리가 제시한 이 정책은 91년 남북 총리 간에 3통 위원회 설치에 합의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서 북한은 우리측이 제기한 개성공단 내 통행 통신 통관 등 또 다른 3통 문제에 대해 “제반 제도적 보장장치를 조속히 완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인들은 거품이 가득 낀 거창한 합의 내용보다 이 조항을 최대 성과로 꼽을 정도로 중시한다. 출입 시간을 3일 전 통보해야 하고, 휴대폰 인터넷도 쓸 수 없으며, 통관 시기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사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개성공단의 16개 입주업체 가운데 13개사가 적자를 보고 있는 사실이 척박한 사업 환경을 잘 대변하고 있다.

▦3통은 한마디로 투자 환경이다. 아무리 사막 오지라도 돈벌이 되고, 투자 환경이 좋으면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것이 기업인의 생리다. 반대로 특혜가 아무리 많아도 투자환경이 열악하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마음 놓고 판을 벌일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 주지 못하면 남북 경협은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기업 투자가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시스템과 제도를 갖춰주고 3통에 대한 보장과 인프라가 확충된다면 투자를 검토하겠다”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언이 이를 말해준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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