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오프브로드웨이의 유니온 스퀘어극장이 크게 술렁였다.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커플인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다섯 명의 아이들까지 동반한 이들이 보러온 것은 한국의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 의 첫 공연이었다. 점프>
<점프> 가 뜨거운 관심 속에 세계 공연 시장의 심장부 뉴욕에 입성했다. 2주간의 프리뷰 기간을 거쳐 이날 오픈런(종영일을 정하지 않는 것) 형식으로 정식 개막한 것. 점프>
한국 공연물이 뉴욕에서 장기 공연되는 것은 2004년 1년 6개월간 공연된 <난타> 에 이어 두 번째. 무술과 아크로바틱이 어우러진 코믹극인 <점프> 는 무술 고수 가족의 집에 도둑이 들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을 그렸다. 2003년 초연 이후 영국 웨스트엔드 등 16개국에서 2,000회 이상 공연된, 이미 검증된 문화 상품이다. 점프> 난타>
<점프> 의 뉴욕 공연은 제작사인 예감이 세계적인 공연 매니지먼트사 콜롬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CAMI)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수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점프>
피트-졸리 커플의 관람 역시 유명인과 네트워크를 쌓아온 CAMI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휴가차 뉴욕을 찾았던 피트-졸리 커플이 평소 관심이 많던 ‘마셜 아츠’(무술)를 소재로 한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극장을 찾아오면서 <점프> 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게 됐다. 점프>
<점프> 의 첫 공연은 허리를 잔뜩 굽힌 백발의 노인이 지팡이를 짚은 채 힘겹게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향해 “Hello, New York!”이라고 외치면서 시작됐다. 점프>
<뱃보이> <스노우쇼> 등 인기작을 낳았던 유니온 스퀘어 극장은 1시간30분 동안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가족들과 도둑이 한 데 엉켜 벌이는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에서 가장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 극장은 브로드웨이 지구 외곽에 퍼져있는 100~500석 규모의 극장들을 가리키는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큰 499석 규모다. 스노우쇼> 뱃보이>
간간이 등장하는 짧은 대사가 영어로 바뀌고, 서브웨이 샌드위치와 팝콘 등의 소품으로 현지 느낌을 입히긴 했지만, 전체적인 극의 흐름은 그대로였다. 무대 한 가운데에 붙은 ‘평범하게 살자’라는 한글 가훈과 전통 가옥을 형상화한 무대 등 한국적 색채도 유지했다.
배우들의 역동적인 점프로 공연이 마무리된 후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고, 1층 맨 뒷줄에서 공연 내내 웃음을 짓고 있던 피트-졸리 커플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들 외에 영화 <와호장룡> 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탄둔과 영화 <쉬리> 의 강제규 감독도 찾아왔다. 쉬리> 와호장룡>
탄둔은 공연을 관람한 뒤 “<점프> 는 영화와 달리 특수 효과가 전혀 없는 진짜 액션이라라는 점에서 놀랍고 특별하다”며 “동양의 무술을 혼합한 액션이 인상적이고, 가족 관객에게는 환상적인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점프>
<점프> 는 내년에는 베이징, 도쿄, 런던 등에서도 공연되며, 라스베이거스 등 다른 북미 지역 공연도 추진하고 있다. 점프가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롱런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점프>
<난타> 역시 공연 초반 높은 관심을 모으며 승승장구했지만, 결국 적자로 막을 내렸다. 롱런을 위해서는 현지인 뿐 아니라 관광객들이 <오페라의 유령> 이나 <라이언 킹> 대신 <점프> 를 선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감의 김경훈 대표는 “프리뷰 기간에도 객석 점유율이 70~80%를 나타냈고, 마지막 이틀은 매진됐다”면서 “입소문이 나면 더욱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점프> 라이언> 오페라의> 난타>
뉴욕=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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