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조원에서 최대 50조원으로 예상되는 대북경협 프로젝트의 재원 조달 문제가 정치권과 학계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 ‘10ㆍ4 공동선언’에 따른 경협 재원과 관련, 대북 퍼주기식 지원은 없으며, 재정이 감당할만한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8일 “사업규모와 속도에 따라서 국채발행 등도 논의될 수 있지만, 현재의 재원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으며, 경협과 관련한 목적세 신설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경협과 관련한 구체적인 재원방안을 내놓지 않아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천문학적인 경협재원을 조달하기위해선 국채 발행 및 기존 남북협력기금의 대규모 증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도 국채 발행 등을 통한 퍼주기식 경협에 반대하고 있어, 경협재원 조달 문제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간 정치쟁점으로 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정부는 경협기금을 늘려 10ㆍ4공동선언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정부가 내년 재정에서 남북경협에 사용할 수 있는 남북협력계정 기금을 올해보다 29%나 늘어난 1조3,398억원으로 책정한데서 잘 나타난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마련한 2011년까지의 중기 재정운용계획에서 남북협력 관련 재정지출을 매년 6,500억원 가량 늘린다는 방침이어서 과도한 기금증액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해주특구, 제2 개성공단, 항만개발 등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사업은 대부분 재정이 투여될 사회간접자본들이다. 또 개성공단 조성에서 입증됐듯이 이 분야에 민간이나 국제자금을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경협사업이 본격화하면 정부가 감당해야 할 투자자금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연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토지공사가 사업을 주도하지만 사실상 정부자금으로 진행되는 것이며 투자금 회수도 현재로서는 기약하기 힘들다”며 “경협이 확대될수록 재정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채 발행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경협사업은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하는 만큼 국회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퍼주기식 경협을 추진할 땐 제동을 걸겠다는 것으로 풀이돼 경협재원 조달 문제는 당분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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