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핏빛 투혼’이 필요 없었다.
베테랑 우완 커트 실링(41·보스턴)은 지난 2004년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6차전에서 수술한 발목 인대가 찢어져 피가 새어 나오는 고통을 감수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결국 그의 감동적인 역투는 ‘밤비노의 저주’를 풀며 보스턴을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가을 사나이’ 실링이 8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 방문경기에 선발로 나와, 7이닝을 산발 6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9-1 대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보스턴은 3연승으로 3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실링은 경기 전까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8승2패 평균자책점 2.06을 기록해 ‘가을 사나이’로 불렸다. 1993년 챔피언십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필라델피아를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킨 실링은 2001년 포스트시즌에서는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12로 애리조나에 월드시리즈 패권을 안겼다.
큰 경기에서 유달리 강한 면모를 과시한 실링의 관록은 이날 경기에서도 변함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실링은 예전처럼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타자를 압도하진 못했지만 노련하게 맞혀 잡는 피칭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4회 ‘쌍포’ 데이비드 오티스와 매니 라미레즈의 연속 타자 솔로포로 화력을 뽐낸 보스턴은 8회 2루타 3개 포함 5안타와 2볼넷 등을 묶어 대거 7점을 뽑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실링은 “최상의 팀 분위기가 무엇이든 할 수 있게끔 만들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한편 라미레즈는 이날 홈런을 추가하며 역대 포스트시즌 홈런 22개로 버니 윌리엄스(당시 뉴욕 양키스)와 이 부문 타이를 이뤘다.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양키스는 클리블랜드에 8-4 역전승을 거두며 기사 회생했다. 자니 데이먼은 역전 3점포를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의 원맨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양키스 선발 로저 클레멘스는 허벅지 근육통으로 0-2로 뒤진 3회 1사 1루에서 조기 강판돼 사실상 올시즌을 마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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