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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3> 최진호 이화여대 교수 (나노과학부 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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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3> 최진호 이화여대 교수 (나노과학부 화학과)

입력
2007.10.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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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최진호(58·나노과학부 화학과) 교수는 나노테크놀로지(NT)가 붐을 일으키기 전인 1990년대 초반 일찌감치 NT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1996년 본격적인 나노 관련 학회로는 처음 <나노다공성, 나노입자, 나노화합물 국제심포지엄> 을 개최했을 정도다.

2000년 미국 클린턴 정부가 <나노테크롤로지 백서> 를 펴내면서 국내에 나노 바람이 불어 닥쳤을 당시 최 교수는 이미 한발 앞선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었다.

2000년 무기 나노 구조체와 DNA를 결합한 연구논문, 2004년 쇠고기의 DNA정보나 원유의 원산지 정보 등을 나노 입자에 담아 스프레이처럼 뿌려 식별이 가능하도록 한 ‘나노 DNA 바코드 시스템’ 개발 등이 그것이다.

그의 NT-BT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한 화장품도 현재 시판중이다.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정보기술(IT)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신기술 융합의 손’인 셈이다.

“응축성 물질 연구에서 나노 연구로, 나노-바이오로 끊임 없이 연구주제를 바꾸자 외국 교수들이 ‘다음엔 어디로 튈 거냐?’고 묻더군요. 하지만 저는 일관되게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다시 말해 독창성을 찾아 걸어온 겁니다.”

최 교수에 따르면 과학 연구는 선거와 비슷한 면이 있어서 1등만이 영예를 누린다.

그렇게 하려면 치열하게 경쟁자를 제치거나 단독 출마해야 하는데, 자신은 후자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학문 분야에 따라 평생을 파야 하는 것도 있지만 시시각각 발전하는 미래 과학에서는 ‘내 주제는 이거다’고 고집하면 뒤 처진다”며 “학문적 호기심에 경계를 두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요즘 최 교수는 암세포만 파괴하는 나노 약물전달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주차장 구조의 나노 입자 속에 항암제를 결합한 시스템으로 세포실험에선 약물전달 효율이 수백에서 수천배 높은 것이 확인됐고, 동물실험 결과도 좋다”고 설명한다.

‘자살 테러 조직’처럼 표적(암세포)에 정확히 침투해 파괴하는 약물전달시스템은 요즘 바이오 연구자와 제약업체들이 너나 없이 관심을 갖는 주제다. 하지만 여기서도 최 교수는 이미 안전성이 확보된 나노 구조체를 공략해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는 등 한발 앞지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화학과 재료를 전공한 그가 생물학 경계를 넘나드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융합은 흔히 양쪽 분야에서 보기에 미흡하고 낯설기만 해 오히려 배척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NT-BT 연구를 시작한 뒤 3년 여간 계속 논문을 거절 당해 전혀 실적을 내지 못했다”며“이 때 꿋꿋하게 버티는 인내가 필요한데 그래서 과학자는 학문을 사랑하는 열정, 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즐겨 인용하는 헤겔의 문구를 통해 과학자의 길을 이야기한다. “세계에서 위대한 성취는 열정 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다.”

■ 최진호 교수 약력

연세대 화학공학(석사), 도쿄공업대 재료공학(박사), 뮌헨대 화학(박사)

1981~2004년 서울대 화학과 교수

2004년~현재 이화여대 나노과학부-화학과 석좌교수

2000년 대한민국 과학상

2006년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2007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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