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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돈에 취한 미국 현대미술, 그 정체와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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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돈에 취한 미국 현대미술, 그 정체와 부패

입력
2007.10.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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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술관 이용행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관람객이 선호하는 전시로 ‘국제미술의 현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50.4%)가 꼽혔다. 관객의 요구라는 피상적인 이유를 근거로 소위 ‘블록버스터 전시’나 ‘눈높이형 에듀테인언트 전시’를 옹호해온 사람들에겐 다소 당혹스런 결과일 테다. 그렇다면 전후 현대미술의 패자인 미국현대미술에서 포착되는 새로운 흐름은 무엇일까?

정답은 정체와 부패다. 국제미술시장의 호황(지난 상반기에 이미 고점을 찍었다)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새로운 영웅이 나타나지 않은 지 어언 10년이다. (뉴욕의 예술애호가들은 매튜 바니가 빼어난 작업으로 휴고보스미술상을 거머쥐며 일약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하던 1996년의 기억을 마지막으로 꼽곤 한다.)

2004년 12월, 엄청난 예산을 들여 확장한 공간으로 돌아온 뉴욕 현대미술관은, 이렇다 할 ‘의제 설정자’ 노릇을 하지 못하고 미술계의 막후 실력자들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이다. 로널드 로더 회장 이하 이사진도 각기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기 바쁜 모습이다.

새로운 역사를 구축하고, 그를 바탕으로 대중을 보다 진전된 단계로 이끌어야 한다는 교과서적 사명감을 요구한다면 아마 비웃음을 살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글렌 D. 로우리 관장(53)의 별명이 ‘GG’(탐욕스런 글렌[Greedy Glen]의 약자)이겠는가.

지난 2월 세금 포탈 문제로 구설에 올랐던 로우리 관장은 암묵적인 사임 압력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사퇴 대신 ‘꼼수’를 부렸다. 부관장이란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얼마 전 워커아트센터의 관장직에서 물러난 캐시 할브라이쉬(58)를 영입한 것이다.

넉넉한 인심을 지닌 ‘효율적인 관료’형 수장으로 이름 높은 할브라이쉬가 신임 관장으로 취임한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발표된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따라서, 현재 뉴욕 미술인들의 관심은 과연 로우리 관장이 자신은 재정과 운영 문제를 도맡고, 기획은 할브라이쉬 부관장에게 넘기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인가에 쏠려있다.

그러나 뉴욕 현대미술관을 사랑해 마지않는 미국 평론가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달한 모양이다. 여름철 ‘블록버스터 전시’였던 ‘회화란 무엇인가?’에 일제히 포문을 열고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 시작한 것. 그들이 문제 삼는 것은 사실 이 전시가 아니라, 지난 10여 년 동안 새로운 역사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온 뉴욕 현대미술관의 무능력이다.

구겐하임미술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관전이나 다름없는 개인전들의 유치로 악명 높은 구겐하임은 ‘관광객들이나 가는 장소’로 낙인 찍혀 예술 애호가들의 외면을 받은 지 오래다. 오죽했으면, 2005년부터 뉴욕 구겐하임 ‘본점’의 관장직을 수행해온 리사 데니슨이 올 여름 북미 소더비의 부회장직 제안을 수락했겠는가. ‘꼭두각시 노릇’에 질린 나머지 그런 결정-명예를 돈과 바꾸는-을 내렸겠지만, 전례 없는 일인지라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더 문제적인 것은 토마스 크렌스 총괄 관장의 사고방식이다. 그는 베니스비엔날레의 어느 파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큐레이터가 없는 작가는 아무 것도 아니다.” 돈 잔치의 이면에 도사린 모럴 헤저드가 현대미술의 토대 자체를 망치고 있다. 단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닐 테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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