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인터넷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데 어떻게 투자확대를 계획할 수 있겠습니까?” 개성공단에 입주한 K기업 대표는 최근 “개성공단에 오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 많은 제도적 제약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하루에 2번만 출입이 제한돼 있는 등 통행ㆍ통신ㆍ통관 ‘3통(通)’이 극도로 제한돼 있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안변지역에 대한 조선협력단지 건설프로젝트도 적지않은 난관이 가로놓여 있다. 모 조선업계 관계자는 7일 “선박의 경우 바이어들이 공사 단계마다 도크를 찾아와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처럼 북한 투자지역에 대한 통행 등이 막혀 있다면 대북투자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의 경우 전략물자통제협정(바세나르협정)에 묶여 중형급 화물선 선박블록 조립만 가능하다. 북한에 대한 ‘통 큰 투자’를 방해하는 요소들은 이것만이 아니다.
북한이 미국의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받고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돼 있는 것도 원활한 대북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10ㆍ4 공동선언’에서 제시된 경협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이 같은 국제적 제약에 발목 잡혀 신속한 사업 착수가 불투명한 상태다.
당장 내년 남북 올림픽 공동응원단이 경의선을 통해 베이징으로 향하기 위해선 철로 보수가 시급하다. 하지만 철도차량과 장비는 전략물자로 분류돼 있어 남측의 관련기자재와 장비가 북측에 들어 가려면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북측이 간절히 원하는 첨단산업 유치도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반도체ㆍLCD 공정에 필수적인 진공펌프는 우라늄 농축설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북한 반입이 금지돼 있다. 자동차 산업의 기본 장비인 밀링머신도 전투기 부품 가공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마찬가지의 제한을 받고 있다.
최근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불능화’ 합의가 이뤄진 것은 이 같은 장애요인들이 해결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 미국이 핵 폐기 대가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0조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협사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선 남한 외에 미국, 일본, 중국 등 관계국들의 국제금융지원이 필수적이다. 관련국들의 금융지원을 받으려면 북한의 투자관련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대폭 정비돼야 한다. 이들 국가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정부는 북한판 ‘마셜 플랜’의 자금줄로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개발은행 프로젝트가 성사되기 위해선 적지않은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야 한다. 중국은 이 구상에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과 일본은 핵문제와 납치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시각차가 크다.
하지만 미국은 핵 문제 타결과 북미 수교 시 북한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 경제회생을 위한 국제공조가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북핵 문제만 해결된다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북한에 해외 자본이 밀려들어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향후 경협의 성공은 북미관계 정상화에 달려 있다”면서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예전의 폐쇄 경제로 돌아가고, 남북관계의 급속한 경색,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 재개 등의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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