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 및 부동산개발 전문가 영입, 수익형민자사업(BTO) 방식에 의한 방식으로 기숙사 골프장 건설 추진, 기술지주회사 설립….’
대학들이 ‘재산 불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백, 수천 억원을 은행에 예치한 뒤 이자수입만 챙기던 시절은 끝났다. 너도 나도 새로운 수익사업 창출에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대학들이 채권ㆍ예금 위주의 보수적 자금운용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서강대 주성영 재무팀장은 “은행예금 비율을 10%대로 낮추고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으로 대상을 넓혀 분산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 교육부의 ‘대학자율화추진계획’이 나오긴 전까지 대학들은 수익용 기본재산을 제외하고는 주식투자가 불가능했다. 투자자금이 있다 해도 연간 수익률이 3.5%를 넘지 못하면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게 대세였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제2 금융권은 물론 유가증권 투자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더 적극적이고도 효과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서강대는 8월 하나투자증권 김영익 부사장 등 3명을 재정운용위원으로 영입했다. 서울대는 18명의 동문 출신 자산운용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 두 달에 한 번씩 정기회의를 열고 있다. 자금 규모가 작아 독자 운용이 어려운 사립대는 가칭‘사립대학투자풀’을 만들어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 개발에도 불이 붙었다. 건국대는 학교재단 소유인 경기 파주시 토지 198만㎡ (공시지가 163억원)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설립키로 하고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2009년 말 오픈 예정으로, 연간 100억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도 수원 캠퍼스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전국에 560만㎡(170여 만평)의 땅을 가진 동국대는 부동산 개발 전문가인 위태량 전 한화그룹 상무를 영입했다.
서울대, 포스텍, 한양대 등 10여 개 대학들은 교수, 학생들의 ‘돈이 될만한’ 연구 성과를 학교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해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대학 안팎에서는 “대학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한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본보가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 와 함께 9월 27일부터 8일 동안 연세대 생 41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3%가 ‘대학의 적극적 자금 운용’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연세춘추>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학생 등록금을 투자에 사용하지 못하게 한 미국과 달리 교육부가 등록금까지 투자자금으로 쓸 수 있게 함으로써 투자 실패시 학생들이 고스란히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일부 대학은 BTO방식으로 기숙사 등을 지은 뒤 외부 기업에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설 이용료를 비싸게 책정해 마찰을 빚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투자 등 자금운용을 관리ㆍ감독할 총괄기구를 만들고 적절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박유민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 4년)
■ 서강대 재정운용위원으로 영입 김영익 하나대한투자증권 부사장
서강대가 8월에 영입한 외부 재정운용위원 중 한 명인 김영익 하나대한투자증권 부사장은 “대학들도 이제는 주식, 채권 등 공격적 투자와 수익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자문위원으로서 하는 일은
“학교의 자산운용 전반을 검토하고 주식, 채권 등 각종 금융상품 투자 시기나 규모, 방법 및 업종에 대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언한다”
-대학의 공격적인 주식투자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적립금만으로는 재정 운용에 한계가 많다. 주가는 바뀌지만 그래도 은행 이자나 채권 수익에 비해 수익이 훨씬 많다. 하버드대는 1996년부터 2005년도까지 연평균 수익률이 18%였다. 미국금리에 비춰볼 때 이는 대단히 높은 수치다. 국내 대학들은 은행 예금에만 돈을 맡겨 수익률이 낮다.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향후 투자계획은
“정기예금, 신탁 같은 안정적, 보수적 투자보다는 파생상품, 주식형펀드 등 공격적 포트폴리오로 자금운용 수익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전체 투자 중 주식 비중을 10~20%까지 끌어올리려 한다. 물론 안정성을 고려하는 학교 측과 조율해야 한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조화시킬 보완 장치가 있나.
“한쪽에서 손해를 봐도 다른 쪽에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분산 투자를 할 계획이다.”
박상준 기자
■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인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정성을 위한 보완 장치 없이 학생 등록금까지 주식 투자에 쓰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학들의 공격적 재정 운용에 대한 생각은.
"가장 큰 문제는 교육부가 등록금을 투자나 수익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다. 투자 실패시 회복이 불가능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대학들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적극적인데.
"대학의 재정상태가 열악하다. 한국의 대학생 1인당 정부 보조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9분의 1밖에 안된다. 그런데도 대학끼리 경쟁을 시키니 대학이 기업을 끌어들여서라도 이윤을 추구하고 재원을 확보하려 한다. 캠퍼스가 자본에 지배 받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대학들은 수익을 학생 복지와 시설 확충 등에 쓴다는데.
"외부 자본을 유치해 기숙사 등을 지은 뒤 시설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남겨 장학금을 준다는데, 결국 학생에게 돈을 받아 학생에게 주는 것 아닌가."
-대학도 자구책이 필요하지 않나.
"영리활동보다는 후원금, 특히 일반인의 소액 기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학에는 선뜻 돈을 내놓지 않는다. 남의 호주머니만 불린다고 생각해서다. 먼저 사학을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전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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