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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샴쌍둥이'의 상반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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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샴쌍둥이'의 상반된 운명

입력
2007.10.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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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이 뿌린 고엽제 피해의 상징적 존재였던 샴쌍둥이 응우엔 형제 가운데 형이 먼저 사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베트남 관영 VAT 통신은 7일 고엽제 후유증으로 동생 둑과 골반이 붙은 채 태어난 형 베트가 전날 새벽 호치민시 투두 병원에서 폐렴에 걸려 복부 출혈은 보인 뒤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형제는 1981년 2월 콘툼성 사타이 지구에서 출생했다. 등뼈와, 위 등 소화기관은 별도로 가졌으나 하반신이 결합된 상태였다. 형제는 부모가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에 장기간 노출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고엽제 반대 운동의 심벌로 떠올랐다.

88년 10월 일본적십자사의 도움으로 당시 최고 난이도의 수술을 통해 몸을 분리했지만 형제의 운명은 크게 갈렸다. 동생은 목발과 의족에 의지, 혼자 움직일 정도가 됐지만 형은 전부터 앓던 뇌 중증 장애가 발병하면서 말도 못하는 전신불수가 됐다.

둑은 형의 몫까지 대신하려는 듯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비슷한 처지의 환자를 위한 강연과 자원봉사에 나섰다. 투두병원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고엽제의 참상을 알리는 활동에 적극 참여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웨딩마치를 울리며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 기간 미군은 베트콩이 은신한 정글을 없애기 위해 다이옥신이 포함된 다량의 고엽제를 공중 살포했다. 그 결과 지금도 베트남에선 응우엔 형제 같은 샴쌍둥이의 출산이 잦은 편이며 400만명 이상의 고엽제 피해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

형을 보낸 둑은 “몸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굳게 믿었는데 갑자기 죽어 너무 충격이 크다. 내년에 수술 20주년을 함께 축하하려 했는데…”라며 애통해 했다.

이들을 지원해온 NGO 등은 “형제가 죽음의 문턱에 갔던 분리수술을 받은 지 19년이 지났다. 그간 자자손손에까지 피해를 물려주는 현대 무기의 참혹상을 몸으로 보여 주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며 베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VAT 통신은 형제가 세계 샴쌍둥이 가운데 분리수술을 받은 후 가장 오랜 생존한 케이스라고 소개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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