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칼더(1898-1976), 앤디 워홀(1928-1987), 게르하르트 리히터(1932-), 안젤름 키퍼(1945-), 데미안 허스트(1965-)….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한 현대 미술계 슈퍼스타들의 걸작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대표 이현숙)가 개관 25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해외 작가 그룹전이 다음달 5일까지 국제갤러리 신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해외 작가들을 활발하게 국내에 소개해온 국제갤러리가 사반세기 동안 인연을 맺어온 현대미술의 거장 16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로, 30여점 모두 한국에 첫 나들이를 나오는 작품들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은 움직이는 조각 ‘모빌(mobile)’의 창시자인 칼더의 대표작 ‘오디너리(Ordinary)’. 갤러리 입구의 대로에 설치된 육중하면서도 경쾌한 이 작품은 “몬드리안의 회화를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칼더의 희망을 완벽한 실재로 구현한 작품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몬드리안이 편애하던 삼원색이 까만 철제 버팀 위에 나뭇잎처럼 매달린 모습이 명랑하고 청신한 느낌을 자아낸다. 국제갤러리가 콜더 재단으로부터 대여해온 이 작품은 국내에 소개되는 작품 중 최고가인 시가 약 350억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전시장 1층으로 들어서면 선반들처럼 벽면에 도열해 있는 미국 미니멀리스트 작가 도널드 저드(1928-1994)의 초록색 조각이 이것이 미니멀리즘이라는 듯 관람객을 맞는다. 이어 박동하는 붓터치로 유명한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윌렘 드 쿠닝(1904-1997)의 대작 ‘무제 ⅩⅠ’과 정교한 극사실주의 회화와 자유분방한 추상화로 독일 현대미술의 대표하는 리히터의 ‘추상화(Abstraktes Bild)’를 볼 수 있다.
철학적이고도 시적인 주제로 회화의 연금술을 펼치는 독일작가 키퍼의 입체회화와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작가인 조안 미첼(1925-1992)의 작품도 1층에 전시돼 있다.
2층에서는 팝 아트의 수장인 워홀의 초상화 시리즈와 현대 미술의 ‘앙팡 테피블’로 불리며 세계 미술시장을 호령하는 영국 작가 허스트의 신작들을 볼 수 있다.
엽기와 죽음에 천착해온 허스트답게 죽은 나비들을 캔버스에 붙여 화려한 기하학 구조를 구축한 ‘더 스켑틱(The Sceptic)’이 눈길을 끈다.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비디오 작가로 꼽히는 빌 비올라(1951-)의 신작 ‘연인(The Lovers)’은 쓰나미 물살에 맞서 사랑을 지키는 남녀의 몸짓을 우아하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밖에 미국의 에바 헤세(1936-1970), 에드 루샤(1937-), 솔 르윗(1928-2007), 영국의 안토니 카로(1924-), 프랑스의 루이스 부르주아(1911-), 인도의 아니쉬 카푸어(1954-), 캐나다의 아그네스 마틴(1912-2004) 등의 작품도 전시된다. (02)733-8449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