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ㆍ52)이냐, 시진핑(習近平ㆍ54)이냐.’
15일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17全大ㆍ전당대회)를 1주일 앞두고 후진타오(胡錦濤)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이을 후계자의 구도가 안개 속에 휩싸여있다.
한달 전만 해도 리커창 랴오닝(遼寧)성 당서기가 후계자로 굳어지는 듯 했지만 최근 시진핑 상하이(上海) 당서기가 치고 올라와 양강 구도를 형성, 유례없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서기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 후계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커창과 시진핑의 경쟁은 그야말로 용호상박이다.
리커창은 후 주석의 직계인 공청단파의 황태자로 젊은 나이에 화려한 경력을 쌓은 인물이고, 시진핑 역시 결코 뒤지지 않은 경력을 지닌 태자당(공산당 고위간부 자제 그룹)의 대표주자이며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가깝다. 한마디로 후진타오 직계와 비 후진타오 계열의 결전이라 할 수 있다.
홍콩 명보(明報)는 현 판세는 리커창이 우세한 가운데 시진핑이 도전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하고 뉴욕타임스는 시진핑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는 듯하다고 요약했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리커창의 우세 분위기가 강하다고 본다. 시진핑의 부상은 쩡칭훙이 퇴진하는 대신 시진핑을 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례없는 막판 혼전은 현 중국 정치의 지형을 반영하고 있다. 우선 후 주석이 전임자인 장쩌민, 덩샤오핑(鄧小平) 등과 달리 절대적 권력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후 주석은 지난 5년 집권 내내 정쩌민의 상하이방(上海幇), 쩡칭훙으로 대표되는 태자당 및 일부 상하이방 등의 견제를 받으면서 권력을 분점해왔다.
후 주석이 권력기반을 다져온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절대적이지 않다는 얘기이다. 아울러 리커창 등 후계 그룹으로 지목돼온 인물들이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는 듯하다.
관측통들은 17전대에서는 후계자를 확정하지 않고 2~3명의 후계 인사를 선정, 경쟁을 통해 차기 전대에서 후계자를 결정하는 초유의 상황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경우 17전대는 권력투쟁의 중간 마침표가 아니라 치열한 권력투쟁을 알리는 서막을 열 것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 관전 포인트
2002년 16대 전대에 이어 5년 만에 열리는 17대 전대의 최대 관심사는 5년 후 권력을 쥘 중국 지도부의 윤곽이다. 지도부의 인선에 따라 중국의 권력 지형이 뒤바뀌기 때문이다.
50대 인사로서 정치국 상무위원(정원 9명)에 진입하고, 국가부주석 또는 당 군사위 부주석 자리를 차지한 인사가 차기 후계자로 낙점되거나 유력한 것으로 보면 된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40대 후반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후 이들 직위를 통해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
따라서 50대인 리커창(李克强ㆍ52)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시진핑(習近平ㆍ54) 상하이시(上海) 당서기, 리위안차오(李源朝ㆍ57) 장쑤(江蘇)성 당서기의 거취가 주목된다. 60대인 저우용캉(周永康ㆍ65) 현 공안부장 등의 상무위원 진출이 확실시되지만 이들이 후계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없다.
둘째 관전 포인트는 후 주석의 최대 라이벌인 쩡칭훙(曾慶紅ㆍ68) 국가부주석의 거취와 권력그룹들의 합종연횡이다. 쩡 부주석은 당초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유임되면서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돼왔지만 70세 이상은 현직을 맡지 않아야 한다는 후진타오측의 거센 공격을 받아 현직 유지가 유동적인 상황이다.
후 주석이 쩡을 퇴진시키기 위해 앙숙관계인 상하이방의 수장인 장쩌민(江澤民) 전주석과 손을 잡았다는 설이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쩡 부주석이 자신이 퇴진하는 대신 시진핑 등 측근들을 밀고 있다고 관측한다. 쩡칭훙의 거취와 권력집단간 제휴는 후계구도는 물론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을 바꿀 것이다.
다음으로는 후 주석의 권력 강화 여부이다. 이번 전대에서는 후 주석의 지도 이념인 과학적 발전관이 당의 지도이념으로 삽입되는 등 후 주석의 지도력이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인사에서도 후 주석 직계 인사들이 요직에 대거 등용돼 후 주석이 명실상부한 권력 1인자로 올라설지는 미지수이다.
따라서 그가 이번에 자신이 점 찍은 인사를 후계자 반열에 올려놓지 못하거나 여러 명의 차세대 주자들을 정치국 상무위원에 배치할 경우 향후 5년간 후 주석은 또 다시 상하이방 등과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해야 한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 떠오르는 50대 신진 인사
17전대에서 리커창, 시진핑 서기 이외에 상당수 50대 신진 인사들이 떠오르는 별로 등장할 것이다.
50대 인사로 리위안차오(李源潮ㆍ57ㆍ후진타오 주석 직계) 장쑤(江蘇)성 서기, 보시라이(博熙來ㆍ58ㆍ태자당)상무부장, 왕양(汪洋ㆍ52ㆍ후 주석 직계 ) 충칭(重慶)시 서기 등이 정치국 위원으로 진입하거나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
저우용캉(周永康ㆍ상하이방) 공안부장 겸 정치국 위원, 허궈창(賀國强ㆍ상하이방) 당 조직부장 겸 정치국장, 위정성(兪正聲ㆍ태자당) 후베이(湖北)성 서기 등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나 승진이 예상되나 60대인 이들은 5년 이후 물러난다.
이밖에 류옌동(劉延東ㆍ후주석 직계) 당 통전부장, 마카이(馬凱ㆍ원자바오 총리 직계)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왕자오궈(王兆國ㆍ후주석 계열) 전인대 부위원장, 정더장(張德江ㆍ상하이방) 광둥(廣東)성 서기, 류치(劉淇ㆍ장쩌민 전주석 계열) 베이징시 서기, 왕강(王剛ㆍ상하이방) 중앙판공청 주임, 왕치산(王岐山) 베이징시장 등의 거취도 눈여겨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군부쪽에서는 후 주석 군맥을 대표하는 쉬차이허우(徐才厚) 현 당 군사위 부주석의 정치국 위원 진출이 확실시된다.
정치국 상무위원 9명중 누가 물러나 ‘지는 별’이 될지도 주목된다. 당초 부패 혐의와 스캔들로 물러날 것으로 예측돼왔던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과 위암 투병 중이어서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이 유임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들의 거취는 막판까지 오리무중일 것으로 보이지만 퇴진 쪽에 무게를 두는 관측통들이 많다. 정치국 상무위원 중 우관정(吳官正), 뤄간(羅幹) 등도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 리커창, 넓은 식견에 대인관계 원만한 '리틀 후'
후진타오 주석과 동향으로 후 주석처럼 공청단 제1서기를 지낸 공청단파의 대표주자이다. ‘리틀 후’로 불리며 대인관계가 원만하다는 평을 듣는다. 베이징(北京)대 법학과를 나왔고 경제학 박사 학위를 지닌 그는 공청단에서 정치 경력을 쌓은 후 44살에 중국 최대 농업지역 허난(河南)성 서기에 임명됐다.
이후 랴오닝성 서기로 옮겨와 노후 공업지대 및 국유기업 개혁을 진행했다. 하지만 재임 지역에서 대형사고가 빈발해왔다. 리커창을 만났던 한국 인사들은 “그는 어떤 주제에서도 막힘 없는 폭넓은 식견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 시진핑, 계파색채 옅지만 쩡칭훙과 가까워
혁명원로인 시중쉰(習仲勳) 전 전인대 부위원장의 막내 아들로 태자당의 대표주자이다. 태자당이지만 문화혁명으로 고초를 겪어 다른 태자당 인사들과는 다르다는 평도 있다. 20여년간 지방에서만 근무한 그는 40대 후반부터 푸젠(福建)성장, 저장(浙江)성장 등을 맡으며 차세대 주자로 부각됐다.
상하이방과 반감을 쌓지 않아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서기가 축출된 후 상하이 서기를 맡았다. 계파 색채가 옅지만 후 주석의 라이벌 쩡칭훙 부주석과 상대적으로 가깝다. 부인은 인기 가수였던 펑리위안(彭麗媛ㆍ4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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