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사무실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과 이해찬 전 총리측은 “필요하고 당연한 절차”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강도에선 어느 정도 차이가 났다.
이 전 총리측은 사실상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김형주 캠프 대변인은 “수사 결과에 따라 정 전 의장의 후보 자격이 박탈당할 수도 있다”며 경선 일정의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캠프의 한 핵심관계자는 아예 “정 전 의장과는 더 이상 경선을 같이 치를 수 없다”고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 전 의장을 경선장에서 퇴출 시키려는 뜻으로도 읽힌다. 압수수색에 대해 비판적인 당 지도부를 성토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 총리측은 그러나 공식적으로는“부정선거의 뿌리를 뽑자는 것이지 경선 판을 깨겠다는 건 결코 아니다”(공보팀 관계자)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친노진영의 영남신당 창당설이 자칫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손 전 지사측은 정 전 의장측에게 부정선거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당 지도부는 경선을 조속히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우상호 의원)고 촉구했다. 정 전 의장과 이 전 총리측 사이의 대립이 격화돼 자칫 14일 ‘원 샷 경선’마저 미뤄질 경우 경선 판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손 전 지사에게는 친노진영과 달리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선 외에 다른 정치적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 전 총리측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아보인다. 한 측근의원은 “이 전 총리측이 경선 일정 연기까지 언급하는 식으로 가면 결국 모든 책임을 이 전 총리측이 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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