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6일 의회 간접선거로 열린 대통령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단 공식 결과 발표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후보자격을 둘러싼 법정 공방 때문에 17일 이후로 연기됐다.
6일 파키스탄 국영방송은 카리 무하마드 파루크 선거관리위원장의 말을 빌어 무샤라프 대통령이 총 유효투표 수 257표 중 252표를 획득했다고 비공식 개표 결과를 보도했다. 야당연합 및 반정부 성향 변호사들의 지지를 받으며 출마한 와지후딘 아메드 후보는 중앙의회에서 2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1999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뒤 8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온 무샤라프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정권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표 후 기자회견에 평소 입는 군복이 아닌 양복 차림으로 등장한 무샤라프 대통령은 선거를 보이콧한 야당을 비롯해 “모든 정당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며 ‘국가적 통합’을 촉구했다. 단 법원이 그의 후보 자격을 문제 삼아 선거 결과를 무효화할 경우 국가 비상사태를 발령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다음에 결정할 것”이라면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선거에 앞서 대법원은 무샤라프 대통령 후보자격에 관한 헌법소원 판결이 내려진 후 투표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이 헌법소원에 대한 다음 심리를 17일로 잡아 놓은 만큼 앞으로 최소 11일이 지나야 당선을 확정할 수 있으며 무샤라프 대통령의 후보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그의 재선 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영국 옵서버는 “무샤라프 대통령이 워낙 압도적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법원이 선거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원이 판결 날짜를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런던을 떠나는 날인 17일 이후로 정한 것도 의미심장하다”고 분석했다. 압도적 승리뿐 아니라 부토 전 총리와의 권력 분점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었기 때문에 판결을 뒤집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날 선거에는 야당 의원들 다수가 불참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전파키스탄민주운동(APDM) 소속 32개 야당 의원 160명은 일찌감치 집단 사의를 표명했으나, 부토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부토 전 총리에 대한 부패 혐의를 사면하고 군 참모총장 후계자를 내정하자 사임대신 투표 개시 직전 기권을 선언했다.
17일 이후 파키스탄 법원이 무샤라프 대통령의 당선을 공식 인정할 경우 무샤라프 대통령은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기 전 군 참모총장의 지위를 최근 후계자로 지정한 아시파크 키야니 장군에게 넘기고 18일 파키스탄에 도착할 예정인 부토 전 총리를 총리에 임명해 권력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에도 무샤라프 대통령이 의회 해산 권한 등은 갖고 있지만 현재에 비해 힘이 약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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