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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눈먼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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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눈먼 자들의 도시

입력
2007.10.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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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 / 해냄"볼 수 있으면서도 보지 않는 인간들"

1998년 10월 8일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85)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포르투갈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이 상이 생긴 지 98년만에 처음이었다.

과거의 영화를 잃고 세계의 변방으로 전락해버린 조국과 그 언어가 안타까웠을 것이다. 사라마구의 수상 소감 일성은 "더 많은 사람들이 포르투갈어를 읽고, 포르투갈이 점점 더 중요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노벨문학상은 그만큼 '정치적'이다.

사라마구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고교를 졸업하고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5세 때 소설을 발표하지만 이후 20여년간은 한 편의 작품도 쓰지 않고 공무원, 번역 일을 하며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60세에 쓴 소설 <수도원의 비망록> 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는다.

예수의 인간적 모습을 그린 1991년작 소설 <예수의 제2복음> 으로 교회와 보수층의 비판을 받고 포르투갈로부터 사실상 추방당해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한 섬으로 이주해 살고 있다.

그는 2002년에는 팔레스타인을 아우슈비츠에 비유하는가하면, 2003년에는 촘스키 등과 함께 이라크전 반대 공개서한을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등 구십 나이에 가까운 고령에도 현실비판의 목소리를 늦추지 않고 있는 현역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 (1995)는 환상적 리얼리즘의 살아있는 교과서로 불리는 사라마구의 작품세계를 잘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실명(失明)의 전염병이 번진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눈이 멀고 단 사람만 보게 된다면' 하는 묵시론적 가정을 통해 사라마구는 인간의 야만적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다시 노벨문학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관례대로라면 10월 둘째 주, 이번 주 목요일에 또 한 명의 인류 지성이 탄생한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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