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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 '작문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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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 '작문맹'

입력
2007.10.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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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대에서 신입생 대상 글쓰기 수업을 하는 강사 이모(31)씨는 학생들의 과제물을 볼 때마다 난감해진다. 항상 “학술적으로 써달라”고 강조하지만 으레 과제물에는 ‘오늘도 그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무 이성적이다’‘그냥 일단 쓰고 보련다’처럼 수준을 의심케 하는 표현이 난무한다. ‘어떡게(어떻게)’ ‘열풍이였다(열풍이었다)’ ‘삐집고 들어와(비집고 들어와)’처럼 틀린 맞춤법은 예사이고, 마침표 하나 없이 여러 문장을 이어 쓰거나 말 줄임표(...)를 남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씨는 “1,000자가 넘는 글이 한 문단인 경우도 있고, 문단의 처음 한 칸은 띄운다는 기초적인 원고지 작성법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채팅과 휴대폰 문자메시지에 익숙해서인지 ‘마니’(많이) ‘모든지(뭐든지)’ ‘묵여 있던(묶여 있던)’처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표현이나 심지어 이모티콘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의 ‘틀린 글쓰기’가 심각하다. ‘디지털 세대’들의 잘못된 글쓰기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도 학생들에 대한 글쓰기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7일 각 대학에 따르면 연세대는 신입생간 글쓰기 수준 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판단, 내년 1학기부터 신입생을 기초ㆍ중간ㆍ고급 반으로 나눠 수준별 글쓰기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학술적 글쓰기’‘예술적 글쓰기’‘논증적 글쓰기’‘과학 글쓰기’ 등 고급 글쓰기 과목을 새로 개설해 심화 교육을 하기로 했다.

연세대는 아예 이달 초부터는 글쓰기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성대는 지난해 글쓰기 첨삭 지도용 전용 프로그램을 개발, 국어ㆍ작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에 대한 온라인 지도를 하고 있다. 서울대는 ‘글쓰기교실’을 운영하면서 2003년부터는 온ㆍ오프 글쓰기에 관한 상담 및 ‘리포트 작성법’ 등에 관한 워크숍을 열고 있다. 숙명여대도 6년째 ‘의사소통개발센터’에서 글쓰기 상담 및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지난 5일 개최한 ‘제1회 대학국어 발전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만난 이 대학 최명옥(국문과) 교수는 “객관식 위주의 수능시험을 준비하면서 독서와 깊이 있는 사고를 하지 못한 탓에 상당수 학생들은 분명한 글을 쓰지 못하거나 질문의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거 필요 없이 문단 하나만이라도 똑바로 쓰게 하는 것을 대학국어 수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골라 정리ㆍ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맞춤법, 띄워 쓰기 등 집중적인 글쓰기 기본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같은 대학 장소원(국문과) 교수는 “저학년일수록 올바른 어휘를 고르고 사고의 흐름에 맞는 글의 전개를 위해 문단들을 적절히 배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반복적으로 글쓰기를 연습하고 고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향상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대학 글쓰기 교육을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화여대 한수영(국문학) 강사는 “글쓰기 교육의 초점이 맞춤법이나 어법 같은 기술적인 문제에만 맞춰져 있다”며 “생각하는 훈련을 함께 하지 않으면 ‘국화 빵’ 같은 기술자 만들기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김혜경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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