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이 가즈오(32)는 9년 간의 일본 프로야구 생활을 마감하고 지난 2004년 뉴욕 메츠에 둥지를 틀었다. 세이부 라이온스에서만 뛴 그는 일본 시절 통산 타율 3할9리에 도루 306개, 골든 글러브 4회 수상이 말해주듯 공수주를 겸비한 선수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가즈오는 정작 미국 무대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부상과 부진 탓에 지난해엔 콜로라도와 메츠를 전전하며 70경기 출전에 그쳤다. 더욱이 한 해 앞서 빅리그에 진출한 요미우리 4번 타자 출신 마쓰이 히데키(33)가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자리를 잡은 터라 그의 이름은 철저히 묻히고 말았다.
‘리틀 마쓰이’ 가즈오가 콜로라도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을 승리로 이끌며 그간의 설움을 깨끗이 털었다. 가즈오는 5일(한국시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방문경기에서 만루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5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10-5 승리의 주역이 됐다. 톱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2-3으로 뒤진 4회초 그랜드슬램을 작렬,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마쓰이는 경기 후 “만루포를 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몸쪽 공에 배트를 휘둘렀는데 그대로 넘어갔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가즈오는 전날 1차전 4타수 무안타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듯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고 공교롭게도 이날 마쓰이 히데키의 부진이 겹쳐 간접 비교에서 완벽한 우세를 점했다. 이승엽이 입단하기 전 요미우리 부동의 4번 타자로 통산 3차례 리그 최우수선수(MVP), 9회 연속 올스타 선정에 빛나는 히데키였지만 이날의 영웅은 단연 가즈오였다. 적지에서 2승을 쓸어 담은 콜로라도는 홈에서 1승만 거두면 1993년 창단 후 첫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올리게 된다.
히데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 방문경기에서 양키스 패배(3-12)의 책임을 떠안았다. 6번 지명타자로 나선 히데키는 4타수 무안타 2삼진에 잔루 5개를 남겨 체면을 구겼다. 1회초 2사 1ㆍ2루에서 2루 땅볼로 물러났고 3-4로 쫓아간 5회 2사 만루에서는 유격수 플라이에 그쳐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클리블랜드는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를 낚았다.
한편 내셔널리그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파죽의 2연승으로 챔프전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애리조나는 체이스필드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의 2차전에서 0-2로 뒤진 2회말 크리스 영의 스리런 아치로 역전에 성공한 뒤 4회와 5회 점수를 추가해 8-4로 이겼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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