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종전선언 등을 논의하기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추진이 합의된 데 대해 미국은 이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 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 미 백악관은 “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전환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며 ‘비핵화 우선 원칙’을 거듭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미 국무부는 북 핵 관련 9ㆍ19 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별도 포럼에 대한 합의가 있었음을 상기시키면서 “평화체제 논의에는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을 종합하면 6자회담 틀 내에서 직접적인 관련 당사국간에 이루어질 평화체제 ‘논의’에는 참여하되 이번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관련국간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유보적인 태도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전환에 대해 미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당연히 그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에 상당한 규모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 논의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한반도에서 미국의 국익을 지키고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제로 한반도 비핵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듭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북한 핵 폐기가 실질적으로 달성되기 전에는 한반도 종전선언에 이어 새로운 평화체제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회담 결과에 대한 미국의 어정쩡한 입장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주장하는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은 당장 현실화할 수 없다고 보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에 대한 과도한 거부감을 보임으로써 한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평화체제 논의의 주체 논란에 대해서 미국은 남북한과 중국, 미국 등 4자가 당사자라는 입장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도 중국의 역할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고 평화체제 논의에서도 중국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세력균형을 위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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