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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위기의 학교' 잘 나가는 사립학교… 맥 못추는 공립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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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위기의 학교' 잘 나가는 사립학교… 맥 못추는 공립학교

입력
2007.10.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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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 데이비스 지음ㆍ이병곤 옮김 / 우리교육 발행ㆍ312쪽ㆍ1만3,000원

정부가 파격적인 교육 정책을 내놓는다. 이름하여 ‘특별 장학 평가 기준’.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에 속한 학교들 중 학업 성적이나 출석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곳에 별도의 학교 평가 기준을 적용하기로 한다.

교육부 관료들은 통계를 인용하며 새로운 정책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느새 이들 학교는 ‘특별한 척도를 적용받는 구제 불능 학교’로 낙인 찍히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마치 한국의 교육 현실을 보는 듯한 이 이야기는 영국의 사례다. <위기의 학교> 는 학교가 교육의 장이 아닌 하나의 ‘시장’이 됐고 공교육은 무너지고 있다고 영국 교육의 현주소를 알리는 책이다. 저널리스트인 닉 데이비스가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기사를 모았다.

저자에 따르면 영국의 교육개혁은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에 멍들어 있는데도 정부의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이를 허울좋은 거짓말로 숨기고 있다. 특히 공교육 체제 안에 도입된 시장화 전략이 교육 현장을 비교육적인 곳으로 변모시키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정부의 비호 아래 비싼 등록금을 받으며 발전해가는 사립학교와 달리 공립학교의 대부분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교사들은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학생을 빼앗는 비상식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개선하려면 근시안적인 교육 정책을 세우기보다 근본 원인인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교육을 정치적 대상으로 바라 보고 가짜 해결책을 남발할 게 아니라 영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계층간 격차를 줄이는데 힘쓰라는 이야기다.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가 교육체제를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를 현장감있게 보여주는 이 책은 경쟁 논리를 앞세우는 한국의 교육정책 입안자들에게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특수목적고, 자립형사립고 활성화 등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 영국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정치적 계산으로 교육이 어지럽혀지면 그 사회에 미래는 없다”며 저자가 전하는 ‘불편한 진실’은 백년지대계라는 진부한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한국 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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