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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쁜 사마리아인들' 신자유주의 '위선의 탈'을 벗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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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쁜 사마리아인들' 신자유주의 '위선의 탈'을 벗기다

입력
2007.10.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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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지음 / 부키 발행ㆍ384쪽ㆍ1만4,000원

신자유주의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금과옥조가 됐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하에서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은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최고선으로 격상했다. 그러나 그 사이 수많은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갔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제는 신자유주의의 정체를 제대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은 신자유주의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사실은 부자 나라들만의 이익을 위한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는 점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규제 철폐와 민영화, 그리고 국제무역과 투자에 대한 개방 등을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이 당했던 것처럼, 80년대 이후 부자 나라들과 그들에 의해 통제되는 IMF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등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의해 개발도상국에 강요되어왔다.

신자유주의는 오늘날 선진국들이 자유무역과 자유시장정책을 통해 발전했다고 하지만 이는 신화에 불과하다. 영국의 초대 총리 월폴은 1721년 제조업 육성을 위해 관세 인상, 수출보조금 지급 등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폈으며 이는 150년 가까이 지속됐다.

1820년 영국의 수입공산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45~55%였는데, 벨기에 네덜란드는 6~8%, 독일과 스위스는 8~12%, 프랑스는 20% 남짓이었다. 영국이 자유무역국가가 된 것은 자유주의 경제학의 원조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출간 84년 후, 영국의 제조업자들이 세계 최고의 실력자가 돼 다른 국가들에 대해 경쟁우위가 확실해졌을 때였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에 의해 정립된 미국의 산업정책은 외국의 경쟁으로부터 자국의 ‘유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펴는 것이었다. 1800년대 내내, 그리고 1920년대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편 덕분에 미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반대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많은 개도국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 규제 철폐, 공기업 민영화, 건전재정 등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의 덕목들이 사실은 경제 발전을 저해했다.

그래서 장 교수는 좀더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를 바라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시장에 대항하라”면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권고와는 반대로 보호정책을 통해 자국 내에 제조업을 육성하라고 권고한다.

노엄 촘스키는 “이 책에서 장하준은 흔히 통용되는 ‘경제발전의 원리’라는 것이 산업혁명이후 지금까지 전개된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황당한 교리인지를 폭로한다”고 논평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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