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남북한 정상의 한국전 종전 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합의에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합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자는 남북한과 미국을 지칭할 수 있어 정전 협정 당사자인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무대에서 배제돼 대 한반도 영향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은 5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가 ‘정전 협정을 종식시키려는 합의가 모색되고 있다’는 머릿기사에 잘 반영됐다. 이 신문은 “이 합의는 한국전에 참가했던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의 주체는 당연히 3자가 아닌 4자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전문가 진징이(金景一)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한국전쟁에 참가해 정전협정에 서명한 중국이 정전협정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종전 선언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 말고도 다른 표현도 있는데 왜 굳이 이 표현을 썼는지도 궁금하다”고도 말했다. 북한이 제안한 이 표현은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과거 남북한과 미국의 3자 회담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김 교수는 “이 문구에 대한 해석이 상당한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3자 또는 4자’라는 문구를 종전선언의 경우 정전협정 당사자인 북한 중국 미국 3자가, 평화체제 논의와 평화협정체결은 남북한 미국 중국 4자가 진행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중국 정부로서는 6자 회담을 통해 남북한 미국 중국을 의미하는 ‘핵심 당사국’들간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는 포럼을 진행한다고 합의를 이룬 마당에 나온 ‘3자’라는 표현을 껄끄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은 이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4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 종전 선언은 현 단계에서 당장 실현되기 어렵지만 북한이 영변 핵 시설에 불능화 조치를 취할 올해 연말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전 선언의 주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수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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