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파운드 스톤 지음 / 안인희 옮김동녘 사이언스 발행ㆍ765쪽ㆍ2만2,000원
1980년대 초. 한국은 페퍼포그와 화염병으로 한 치 앞이 안보였다. 악다구니 같은 현실속에서 창공의 별을 꿈꾸게 한 TV 프로가 있었다. <코스모스> . 당시 한국인은 전세계 60여개 국가의 5억여명을 매료시킨 그 프로를 통해 우주라는 것을 감지했다. 이웃집 아저씨 풍의 텁텁한 칼 세이건은 한국서도 스타 뺨치는 인기인이었다. 코스모스>
그의 전기가 나왔다. 책은 외계에 분명 생명이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우주에서 눈을 떼지 않던 세이건이 1996년 백혈병으로 숨지기까지의 시간을 기록한다. 개인에 대한 기억이면서, 미국으로 건너와 가난에 허덕이던 동유럽 유대인들이 두 세대 만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천문학자를 배출한 어메리컨 드림이다. 부제는 ‘코스모스를 향한 열정’.
그의 관심은 생명과 함께 하는 우주였다. 절대로 제 방 청소는 않는 공부벌레 세이건의 젊은 시절은 화성에 생명체가 산다는 믿음과 함께 출발했다. 책은 젊은 시절, 외계인들로부터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골똘하는 풍경들을 보여 준다. 그가 괴짜로 머물지 않은 것은 세상과 소통했기 때문이다.
책은 세이건 특유의 대중적 친화력에 대해 강조한다. 초록빛을 띤 깊은 눈, 중년으로 들수록 더욱 원숙해진 외모, 청년 문화와의 유대감 등이 어우러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것이다.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문학적 용어는 그를 위한 것이다. 게다가 과학과 거리가 먼 사람들까지 흡인시키는 테마인 외계인을 입심 좋게 해설해 TV라는 매체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바랄 나위 없는 사람이었다.
1973년 <투아이트 쇼> 에 출연함으로써 사회적 명성을 얻게 된다. 터틀넥에 황갈색 코르덴 재킷, 솔직한 말솜씨 등으로 대중을 파고 들어 갔다. 레이건이 그의 말을 도용할 정도였다. 세이건이 제안한 ‘지구외 문명 탐사 계획(SETI)’은 지금 전세계 과학도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중이다. 투아이트>
저자는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논픽션 작가다. <현대 우주론을 만든 위대한 발견> 등 과학과 인문학에 걸친 책들을 옮긴 바 있는 역자의 글이 매끄럽다. 현대>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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