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이 조선협력단지로 선정한 북한 안변에 대우조선해양이 연 20만톤 규모의 선박블록 공장을 건설, 이르면 2009년부터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같은 대우조선의 계획은 ‘10ㆍ4 남북공동선언’ 이후 구체화된 첫 남북경협 사업이다. 특히 선박블록 등은 전략물자로 분류되지 않아, 현대중공업 등 다른 조선업체의 대북투자 동참여부가 주목된다.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은 5일 서울 다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는 물론 중국 공장을 풀 가동해도 내년부터는 주문량 소화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북한투자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인 대북투자 계획을 밝혔다. 남 사장은 조선업계를 대표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북한을 다녀왔다.
남 사장은 “조선협력단지 2곳 가운데 협소한 서해안의 남포 보다는 동해안의 안변이 투자지로 적합하다”면서 “적어도 20만톤 규모의 블록공장을 짓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1억~1억5,000만달러가 필요하고 2,000명이 고용효과가 예상되지만 협력업체 등이 따라갈 경우 투자규모와 효과는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남 사장은 “대북투자 선결요건으로 북한측에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通)외에 자금을 포함시킨 4통을 제시하자 북한 당국자가 이를 적극 수용했다”면서 북한의 자세도 전향적이었음을 전했다. 북측 당국자는 육해운성 참모장(장관과 차관 사이 직급)인 차선모로 알려졌다.
남 사장은 ‘대북투자가 대우조선 매각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투자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면서 “시집가는 여자는 공부도 하면 안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남 사장은 “생산기지를 찾아 중국, 필리핀, 인도로 가는 상황에서 말이 통하고 문화가 같은 북쪽에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이 북한에서 제조할 예정인 선박블록은 선박제조용 철 구조물로 선박의 머리와 꼬리 부분을 제외한 몸통 부분을 말한다. 대우조선 측은 선박블록은 미국의 적성국교역법에 따른 전략물자에 해당되지 않아 투자가 자유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11월 남북 총리급 회담에 맞춰 구체적 투자계획을 마련 중이며, 추후 안변지역에 대한 현지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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