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롭게 전역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뒤 신체일부가 없다는 이유로 퇴역당한 피우진(52ㆍ예비역 중령)씨는 5일 법원의 퇴역 처분 취소 판결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 동안 자신을 향해 쏟아졌던 군 안팎의 따가운 시선들이 떠올랐는지 설움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978년 소위로 임관해 대한민국 1호 여성 헬기 조종사가 된 피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2002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에 들어간 그는 양쪽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은 뒤에야 병마를 이겨낼 수 있었다.
3년의 투병 끝에 건강을 회복한 2005년 그에게 더 큰 시련이 닥쳤다. 군 신체검사에서 2급 장애판정이 내려진 것. 군 인사법에 따르면 신체일부가 없으면 장애판정이 내려지고 퇴역해야 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결국 퇴역명령을 받고 군대를 떠나야 했다.
피씨는 “유방암 수술 후 완치됐고 현역 복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국방부 중앙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청구를 제기했지만 국방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지막 희망으로 그는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이날 1심 판결에서 희망을 받아낸 것이다.
소송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군 안팎에서 “당신이 인정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 “여군으로서 받을 혜택을 다 받고 왜 그러느냐”는 등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피씨는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30년간 몸 담았던 조직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피씨는 군대로 복귀할 희망을 갖게 됐다. 국방부가 항소를 포기하면 판결이 확정돼 바로 군에 복귀할 수 있다. 피씨는 “돌아간다면 여성정책팀에서 일해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항소할 경우 그만큼 복귀는 늦어지게 된다. 또 복귀하더라도 계급정년에 걸려 2년 정도 이후에는 군문을 떠나야 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민중기)는 이날 피씨에 대한 국방부의 퇴역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씨가 수술 후 정기 체력검정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는 등 현역으로 복무하는 데 장애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사진=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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