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의 북측 군사요충지인 해주에 경제특구를 건설키로 한 것은 북한 군부의 동의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부분이다. 실제로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받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군 최고 기관인 국방위원회의 의견을 묻도록 지시했고, 군부에서 “괜찮다”는 보고를 해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정상회담 관계자에 따르면 해주에 경제특구를 만들자는 노 대통령의 제안에 김 위원장은 처음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당혹해 하면서 배석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게 해주항을 열어도 괜찮은지 국방위원회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했고, 국방위원회의 한 장성이 “충분히 검토한 결과 괜찮다”고 보고해 결국 해주 특구 개발이 성사됐다.
북한 군부가 해주항 개방에 동의한 것은 개성에 이어 남북 경제협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도가 우선이다. 남북 장성급 회담 때마다 줄기차게 요구해온 해주 직항로 개설을 따내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치다.
해주항을 개방하면 북측은 인천 앞바다를 거쳐 재주해협까지 거의 직선으로 나아가는 최단 수송로를 확보할 수 있다. 지금은 남측에서 NLL 월경(越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상선이라 하더라도 백령도 북방까지 서쪽으로 항해한 뒤 공해(公海)로 나아가는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연평도와 우도 사이 30여㎞ 구간을 직항로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선박이 NLL을 가로질러 남측 해상을 지나면 ‘북측 선박 통항(通航) 불허선’인 NLL의 고정 관념은 무너진다.
이와 관련 김장수 국방장관은 이날 “해상경계선 없는 공동어로수역은 무의미하다”며 향후 국방장관회담 등에서 ‘NLL은 실질적인 군사분계선’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만일 북한 함정이 평화수역을 침범해 들어올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교전 규칙은 규칙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해 2002년 서해교전 때처럼 정면 대응할 의향을 내비쳤다. 군 당국자도 “북측 선박은 정해진 항로에 따라 직항하므로 NLL 무력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주 특구 개발과 직항 허용은 NLL 무력화보다 서해 군사대치 완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여진다.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북한을 다녀온 한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을 건설하면서 공단 지역의 군부대가 옮긴 것처럼 해주에 있는 군부대도 공단 가는 길의 공개된 미사일 기지의 후방 배치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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